▲104주년 삼일절인 3월 1일 부산시 동구 항일거리에서 강제징용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부산시민 평화훈장 수여식 행사가 열리고 있다. 부산 159개 단체와 시민 1만여 명은 2022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 수여를 뭉갠 정부를 대신해 할머니에게 상을 전한다고 밝혔다.
김보성
"감사합니다. 끝까지 싸웁시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94) 할머니에게 이번 104주년 삼일절은 조금 특별한 날이다. 부산 시민들이 대대적인 운동을 통해 윤석열 정부를 대신해 훈장을 주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 정부는 양금덕 할머니의 '2022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 서훈을 사실상 거부했다.
윤석열 정부가 쏘아올린 논란, '평화훈장' 운동으로 번져
국가인권위원회가 피해자의 권리회복 운동에 한평생을 바친 할머니의 공로를 인정해 서훈을 추천했지만, 정부는 훈장을 수여하지 않았다. 사전협의가 필요하다는 외교부의 의견에 따라 행정안전부가 양 할머니의 서훈 안건을 국무회의에 제출하지 않으면서다.
상훈법에서 서훈은 나라를 위한 공로자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것으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인권위의 추천에도 이를 뭉개며 회의에서 논의조차 진행하지 않은 셈이다. 윤 대통령이 당선 이후 줄곧 한일 관계 개선에 신경을 쓴 탓에 일본 정부를 의식한 것이란 해석이 뒤따랐다.
후폭풍이 불어닥쳤다. 전국 곳곳에서 "정부를 대신해 우리가 할머니께 훈장을 주자"라는 시민운동이 벌어졌다. 먼저 광주·울산 등에서 시민들이 뜻을 모아 '시민훈장'을 전달했다. 이어 부산까지 바람이 불면서 그 규모는 더 커졌다. 159개 단체가 뭉쳐 추진위를 결성하고 '평화훈장'을 줄 시민을 모집했다. 한일 양국 정부를 향해 보란 듯 수여식 날짜는 일제에 항거한 삼일절로 정했다.
그렇게 모여진 숫자는 1만419명. <오마이뉴스> 등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2월 20일 2000여 명이었던 추천인 숫자는 2월 26일 6천여 명, 3월 1일 1만여 명으로 급속도로 불어났다. 1천 원씩 자발적인 모금이 더해져 평화훈장 메달에는 순금까지 입혀졌다. 정부가 주지 않은 상보다 더 좋은 훈장을 주겠다는 의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