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에서 쫓겨난 후 시작된 촛불집회.
강북구도시관리공단
'진짜 사장'은 구청에 있다
도시관리공단은 각 지자체의 고유한 공공시설 업무를 위탁받아 운영되는 곳입니다. 말이 좋아 공기업이지 결국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수많은 위탁업체 중 하나입니다. 고용주들이 책임자로서 당연한 책임을 지도록 만들어진 수많은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대한 위탁 시스템의 한 톱니바퀴와 같은 것이죠.
그렇기에 공단은 공단 이사장이라는 명목상의 사장과 별개로, 예산이라는 막대한 권력을 휘두르는 구청장이라는 '진짜 사장'의 존재가 매우 중요합니다.
적정 인력 확보는 인건비 확보를 필요로 합니다. 인건비 확보는 당연히 예산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구청장의 결정이 없으면 결코 이뤄질 수 없습니다. 이런 논리로 공단 노동자들은 공단 이사장과 끝나지 않는 도돌이표 교섭을 끝내기 위해 지난해 11월 18일 이순희 강북구청장에게 면담을 요청한다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11월 23일까지 면담일정을 잡아달라는 공문을 통한 요청에도 이순희 구청장은 아무런 답을 주 않았습니다. 결국 답변 기한의 마지막날인 11월 23일, 이순희 강북구청장을 만나 대화를 하려한 자리에서 구청장의 입을 통해 돌아온 것은 "말도 없이 찾아오다니 무례하다"라 말이었습니다.
강북구청 자신들이 관리하기 힘들고 책임지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탁해 지역 공공시설을 성실하게 관리하는 노동자들이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하기 위해 진짜 사장을 찾아간 자리에서 들은 '무례하다'는 말은 아직도 공단 노동자들에게 큰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파업을 시작했습니다. '진짜 사장' 이순희 구청장과 대화하겠다는 작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말이죠. 평소 건강이 안 좋았던 권준석 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 동북지역지부장이 지난해 12월 6일 차가운 복도에서 쓰러지고, 그다음 날 박장규 노조 분회장이 단식을 하는 동안에도 공단 노동자들은 이 구청장을 기다렸습니다. '단 한 번의 대화'를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폭력노조'라는 낙인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이 넘어 한 달이 가까워지던 지난해 12월 23일, 대화를 위해 기다리던 공단 노동자들은 참다 못 해 이순희 구청장을 향해 대화 좀 하자며 항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이순희 구청장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둘러싼 구청 공무원들 사이에서 뒤로 넘어졌습니다. 노동자들은 구청장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이후 우리에겐 '폭력노조'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대화 한 번 하기 위해 한 달 가까이 '얌전히' 기다린 우리에게 눈길 한 번조차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은 묵살된 채 말이죠.
구청장의 행동은 더욱 과감해졌습니다. 지난해 12월 27일 오전, 경찰을 동원한 구청에 의해 공단 노동자들은 강제퇴거를 당했고, 구청은 바로 청사 앞에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셔터를 내렸습니다. 노동자들이 강제로 쫓겨나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부상을 입었지만, 부상당한 노동자에게 주목하는 언론은 없었습니다.
강제퇴거가 진행됐지만, 공단 노동자들은 투쟁을 이어나가기 위해 지난해 12월 29일 구청 앞에 천막을 세웠습니다. 이후 구청의 커다란 정문엔 셔터가 내려졌습니다. 구청 공무원과 주민들은 청원경찰에게 신분을 확인해주고 조그마한 쪽문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이 구청장이 원하는 공무원·구민들의 안전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