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 추모 안전기행공공운수노조가 진행한 안전기행 중.
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는 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를 맞이하여 안전기행 참가단을 꾸려 2월 17일부터 18일까지 대구지역 안전기행을 진행했다. 노조는 여전히 변하지 않은 현실의 벽에 "참사"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현재를 바꾸기 위해 투쟁을 결의하고, 그 첫걸음으로 대구지하철 참사의 현실을 제대로 알기 위한 안전기행을 계획했다.
이번 안전기행에는 산하조직 노동안전보건 담당 간부 및 조합원 약 40여 명이 참석했다. 월배차량기지에서 열린 대구지하철 희생노동자 추모대회를 시작으로 유가족과의 대화, 20주기 추모식 등 일정을 진행했다.
이번 안전기행을 통해 참사 발생 20년이 지났지만, 책임의 주체인 대구시가 합의와 번복을 반복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사실,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 여전히 "추모"조차 제대로 이름 붙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 잘 알려지지 않았던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회적 참사에서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 있는 대처가 없다면 피해자들의 회복 또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 안전기행
사망자 192명, 부상자 151명.
안전기행 첫 일정은 월배차량기지에 진행된 대구지하철참사 희생 노동자 추모집회였다. 참사 당시 대구지하철 소속 노동자 7명은 현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근무지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고, 이들은 승객들을 우선 대피시키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번 추모집회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차량기지 한쪽에는 당시 희생된 노동자들의 추모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추모집회를 마치고 중앙로역을 방문했다. 화마에 녹아내린 지하철 역사와 그을림으로 가득찬 새까만 벽면, 그리고 아비규환의 현장을 그대로 복원시킨 기억의 공간을 보고 잊힌 그날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역사 깊은 곳에서 숨구멍을 막는 시커먼 연기에 고통을 못 이겨 손톱 끝에 피멍과 머리카락이 쥐어진 채로 방화셔터 앞에서 죽어간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너무 마음이 아파 힘들었다.
정차해있던 1079호 열차에서 시작한 불이 맞은편에 진입한 1080호 열차를 태우고, 중앙로역 전체를 유독가스로 뒤덮으며 343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참사의 주요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다시금 생각해봤다. 방화범의 잘못이었을까? 아니면, 열차 기관사와 종합관제소 노동자의 잘못이었을까? 아니면 불쏘시개 역할을 한 전동차의 도입을 승인하고 운영한 책임자인 대구시장과 지하철공사 사장의 잘못이었을까?
참사의 수습 초기, 원인 규명 과정에는 두 열차의 기관사와 종합관제소 근무자들의 초동대처 미흡 등에 이목이 쏠리며 그날 참사의 모든 책임이 노동자들에게 돌아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참사의 진짜 원인은 화재에 극도로 취약한 전동차의 내장재에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지만, 이미 여론은 마스콘키를 가지고 간 기관사의 잘못으로 단정짓고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원인 규명과 책임자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