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충북 보은군 보은읍 용암리 주민들이 마을 광장에 모여 군이 추진하는 가축분뇨처리장이 마을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충북인뉴스
"소각장 있고, 매립장 있는데 이젠 분뇨처리장이다. 이런 동네가 어디 있나? 여기가 쓰레기 처리장이냐!"
지난 26일 조용하던 충남 보은군 보은읍 용암리 시골 동네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유아차(유모차)에 몸을 의지해 나온 할머니, 한 걸음 떼는 데도 시간이 걸리는 할아버지도 부축을 받으며 청년회 사무실이 있는 마을광장으로 모여 들었다.
출향민 모임 '상록회' 회원 12명도 함께했다. 어림잡아 100명가량 자리했다. 이들은 '결사 반대'라는 글자가 적힌 머리띠를 두른 뒤 다 같이 외쳤다. "보은군 퇴비공장 인수 및 축산분뇨 처리장 결사 반대한다!"
욤암리는 충북 보은군 보은읍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용바우가 있었다고 해 용암이란 지명을 얻었다. 용이 하늘로 승천했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궝말, 대비, 무내미, 에덴촌마을, 하용암 등 다섯곳의 소부락으로 구성됐다.
조용한 시골 마을인 이곳에 각종 환경처리시설이 들어선 것은 지난 1993년이다. 생활폐기물 매립장과 소각시설이 세워졌다.
마을 주민 이원국씨에 따르면, 쓰레기매립장 건설당시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갈등 끝에 쓰레기매립장을 건설 후 10년만 사용하자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3번에 걸처 연장됐다. 2015년에는 보은군 자원순환센터라는 이름으로 환경처리시설은 오히려 확장됐다. 1일처리용량 20톤의 소각장이 새로 들어섰다. 지난해에는 기존의 매립장 외에 추가로 8만1300㎡의 제2 매립장이 들어섰다.
매립장이 커질수록 주민들의 불만은 커져 갔다.
"우리가 쓰레기를 소각하고 매립하도록 그동안 4번이나 협의해줬다. 10년이 30년까지 연장됐다. 용암리 주민들이 30년을 희생했으면 다른 부지선정을 위해 애를 쓰는 시늉이라도 했어야 한다. 매립장이 조성된 뒤 우리 동네에서 암 사망자가 30명이 나왔다. 매립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아픈 사람이있는데 병명도 모른다고 한다. 불안하다. 우리도 숨 좀 쉬고 살자."
한 동네 주민은 이같이 호소하며 "소각장 옆으로도 부지가 있는데 왜 동네 쪽으로 자꾸 내려오나. 그 골짜기가 깨끗해서 나무하러 갔다가 계곡물을 배 터지게 마셔도 아무 탈이 없었던 곳이다. 그런 계곡이 다 썩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소각‧매립장도 버거운데...이번엔 분뇨처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