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혼자 산에 올라갔던 날, 혼자만의 여행을 꿈꾸기 시작했다.
심정화
영원히 ㅇㅇ엄마일 것만 같던 내 인생에서 어느새 아이들은 자신의 인생을 찾아 떨어져 나가고 있다. 나의 보호가 더 이상 보호가 아닌 간섭이 되고 있음을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일깨워주고 있다. 반면, 아이들을 키우느라 잠시 잊고 있었던 부모님은 어느새 내 보호를 원하고 계신다.
자식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 온 고모네 식구들 이야기를 들을 때면, 봄 벚꽃이 만발하고 울긋불긋한 가을 단풍이 가득한 TV 화면을 부모님과 함께 보고 있을 때면 괜시리 고개가 숙여진다. 아이들을 보면서 이제는 혼자 놀아야 함을, 부모님을 보면서 나이 들어서도 혼자 놀 수 있어야 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래서 나는 더 늦기전에 혼자 여행을 하고 싶다. 혼자 노는 연습을 해보려는 것이다. 하지만 혼자 밥 먹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혼자 하는 여행을 꿈꾸고 있으니 여전히 나의 안식년이 그저 꿈으로만 끝나는 게 아닐까 걱정스럽다.
그래도 몇 해 전부터 시작한 매일 아침 혼자 걷기는 혼자 여행의 워밍업이 되고 있다. 늘어가는 뱃살과 올라가는 혈압을 잡아보려고 앞만 보고 열심히 걸었던 '운동'이, 이제는 점점 나무도 보이고 새소리도 들리는 행복한 '휴식'이 되어가고 있다.
같이 놀아주지 않는 가족들과 다른 사람들과 같이 놀지 못하도록 막는 코로나 때문에 시작하게 된 걷기이지만 그 덕분에 혼자서도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용기와 체력이 생겼다.
역시나 혼자 노는 것도 미리 준비와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성공적인 주부 안식년을 위한 혼자놀기 연습으로 내일은 혼자서 식당에 들어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