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26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2년 전인 2021년 12월 26일, 당시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검정색 정장을 차려입은 김건희씨는 당시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라며 허위경력 의혹에 대해 사과를 했다(관련 기사:
김건희 "잘 보이려 경력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 있었다" https://omn.kr/1wkdj ).
후에 경찰이 공소시효 7년이 지났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려 처벌은 면했으나, 김건희씨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면서 허위경력 의혹은 공식적으로 사실로 굳어졌다. 당시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의 예상 밖 기자회견은 '김건희 리스크'의 하나였던 허위경력 논란을 빠르게 가라앉혔다.
위 사과를 보며 드는 의문이 있었다. 그렇다면 논문의 표절 논란은 리스크 관리에서 빠져 있는가? 이는 2021년 7월에 처음 제기되어 무려 2년 가까이 논란이 지속되고 있으며, 눈덩이처럼 점점 커져왔다. 본인을 넘어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의 득표율을 깎아 먹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가까스로 당선된 후에도 계속 윤석열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 그런데도 왜 김건희씨는 표절 논란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는 것일까?
김건희씨를 비난하는 이들 중 일부는 김건희씨가 큰 노력도 없이 편법과 불법만으로 현재의 지위와 부를 얻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공개된 그녀의 이력 중 20세 이후의 것들을 보면 꼭 그것만으로 개인 연대기를 채워 온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1996년 회화(서양화) 전공 학사 졸업 후에 다닌 대학원만 해도 숙명여대 일반대학원, 국민대 전문대학원, 고려대 언론대학원,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등이 있다. 여기에 몇 개 대학의 최고지도자 또는 경영자 과정까지 다녔다.
이러한 학력과 학위를 바탕으로 직업으로는 고등학교와 여러 대학의 강사를 거쳐 또 몇 개 대학의 겸임교수를 맡기도 한다. 2008년부터는 전시, 기획에 강점을 가진 문화예술 콘텐츠 기업 '코바나컨텐츠'를 이끌어왔다. 20대 초부터 현재까지 학업, 경력, 따낸 자격증서와 사업의 맥락이 놀랍도록 일치한다는 얘기다.
표절 논란에 함구하는 김건희씨... 그가 원했던 것은
지위의 높은 정도나 부의 양 같은 걸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 목표 달성의 가장 강력한 힘은 욕망일 것이다. 20대 이후의 김건희씨를 이렇게 부지런하게 만든 내적 동력은, 아마도 과정의 정당성 정도는 가볍게 여긴 욕망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만약 이러한 내 추측이 맞다면, 김건희씨는 아마 허위경력과는 달리 학위논문에 대해서만큼은 인정도 사과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에서 박사학위가 갖는 의미는, 허위경력 정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건희씨는 미술전공을 했고 그 분야의 학업 연장을 통해 석사와 박사학위를 얻었다. 사업적으로도 전공과 밀접한 코바나컨텐츠라는 회사를 나름대로 잘 운영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학위를 통한 '전문성'이 중요한 바탕이 된다. 즉 '코바나컨텐츠의 김건희'가 해당 사업을 성공시킨 것은, 돈과 운 때문만이 아니라 '박사학위를 받을 정도의 실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흐름이어야 이야기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없어도 되는 몇개 경력과는 달리, 현재 쌓인 모든 경력의 근본이 되며 사업하는 데 있어서도 신뢰감의 원천이 되는 박사학위를 그는 아마도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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