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게 오른 물가…월급은 그대로(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결과 올해 3분기 가구주의 종사상 지위가 상용근로자인 가구의 실질소득은 전년대비 5.0% 감소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5.9% 올랐는데 명목소득은 0.5%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사진은 12일 점심시간 서울의 한 식당가. 202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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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사에서 2006년부터 15년 정도 직장생활을 했다. 주니어 시절에는 점심값 걱정을 해본 적 없다. 식대도 4천~5천원 수준이었고 상대적으로 월급이 조금 더 많은 선배들이 점심을 사줬다. 미안한 마음에 가끔 계산하려고 하면 "나중에 후배들한테 사줘"라는 게 당시 회사 문화였다. 같은 식당에서 만난 임원이나 다른 팀 팀장이 대신 계산해 주는 게 미덕인 시대였다.
점심은 선후배와 동료 간 만남의 장이자 꿀 같은 휴식,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돈보다 중요한 사람 간의 교류였다. 어느덧 선배가 되고 앞선 고참들처럼 후배들에게 베풀어 왔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집합 가능 인원에 맞춰 점심을 먹었다. 이때만 해도 점심값은 보통 5천 원에서 7천 원 선이었다. 점심값이 시나브로 오르면서 조금씩 부담으로 다가왔다. 사람도 중요하지만, 절약도 필수인 시대와 마주했다.
2021년 이직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점심 문화를 만났다. 이전 회사는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실제로 회사에서 자주 언급한 'OO 가족'이라는 표현에도 거부감이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회사 사람들은 개별 문화에 익숙했다.
가끔은 임원도 자리에서 혼자 식사를 했다. 직원들도 자리나 휴게실, 회의실 등에서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혼자 밥을 먹었다. 코로나19로 시작된 혼밥 문화가 자연스럽게 정착되었다고 한다.
직원들은 도시락을 싸오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의점이나 회사 자판기 도시락을 이용한다. 요즘에는 4천 원대 편의점 도시락이 인기고, 3천 원대부터 5천 원대의 도시락 정기 배송을 이용하는 직장인도 많다. 입사 후 5개월 정도 점심에 도시락 정기배송을 이용한 적이 있다.
간단하게 사무실에서 끼니를 해결하면 점심값뿐만 아니라 시간도 자동으로 아낄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이동하고 식사 대기하는 시간이 사라지니 여유가 생긴다. 이전 회사에서 왜 우르르 몰려다녔나 싶을 만큼 색다른 점심 문화가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는 신속하게 점심을 먹고 남는 시간에 일도 하고, 음악도 듣고, 웹서핑도 하고, 유튜브도 보고, 넷플릭스도 감상했다. 비슷한 활동을 반복하니 여유로운 점심시간이 속절없이 흐르는 게 아쉬웠다. 조금은 생산적인 일에 도전하고 싶었다.
혼자 보내는 점심시간, 좀 더 밀도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