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캐스터 오디션 홍보에 나선 OBS 라디오 노광준 피디 OBS 라디오
"함께 지구를 지킬 시민DJ 기후캐스터를 찾습니다."
지난 22일, 저는 경기도 수원시청 사거리에서 손글씨가 쓰인 스케치북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한 장면을 연상케하는 스케치북 퍼포먼스, 바로 3월 30일 개국을 앞두고 지상파 최초의 기후캐스터를 찾는 공개오디션의 첫발이었습니다.
저는 OBS라디오(FM 99.9MHz)에서 기후 프로그램 연출을 맡은 노광준이라고 합니다. 저희 방송국이 왜 '시민DJ 기후 캐스터'를 찾는지, 기후캐스터란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뽑는지, 저희가 준비하는 기후 프로그램은 어떤 것인지 많은 분들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인생의 벼랑 끝에서 '기후'를 말하다
저는 나이 오십에 다니던 방송국이 갑자기 사라지는 인생의 벼랑 끝에서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생의 좌표를 얻고 다시 힘을 냈습니다. 그저 북극곰만의 일인 줄 알았던 기후변화였지만, 그 위기를 어떻게든 해결해보려는 '기후대응'의 길에서 저 같은 사람의 능력과 경력도 쓸모가 있음을 깨닫고는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매일 기후기사 스크랩을 시작했습니다. 하루는 그 스크랩에 재미삼아 제목을 붙여왔는데 그게 바로 <오늘의 기후>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의 날씨'를 찾아보듯 기후문제도 매일 찾아보고 실천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오늘의 기후'라고 지었습니다. 새벽공부를 바탕으로 조금씩 기사를 쓰고 기후레터를 보낼 무렵 새롭게 태어나는 경기인천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 입사할 기회가 생겼고, 감사하게도 <오늘의 기후>라는 제목으로 오는 3월 30일에 개국하는 OBS 라디오에서 기후변화 전문 프로그램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매일 1시간, 월화수목금요일은 생방송이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평일 요약 녹음 방송입니다. 지상파 라디오로서는 처음 이뤄지는 편성이죠.
프로그램 제목에 대해 윗분들께서 '뜻은 좋은데 뭔가 밋밋하다'는 의견을 내셨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기후' 앞에 조그만 부제를 넣었죠. 기후만민공동회.
구한말 신분을 초월한 각계각층 모든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나라의 미래를 함께 걱정하고 혁신의 틀을 짠 게 '만민공동회'라고 하잖아요. 그게 계속됐더라면 아름다운 의회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했을 거라는 분도 계신데, 이제 기후대응에도 남녀노소, 국적까지 초월한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할 수 있는 실천을 함께하며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시민DJ 기후 캐스터는 그런 라디오 만민공동회를 진행해나갈 아주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제 '기캐' 하면 '기후캐스터'의 시대가 올지도
흔히 '기캐'라고 하면 기상캐스터를 뜻하잖아요. 드라마 <더 글로리>의 연진이도 기캐이고요, 선망의 직종... 그런데 저처럼 기후렌즈를 끼고 세상을 다시 보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기캐' 하면 '기후캐스터'로 생각하는 시대가 올 수도... 왜 기후캐스터는 없지? 매일매일 세상의 기후 변화 소식들을 전하고 그것에 대응하는 기후 남녀들의 목소리를 더 크게 키워줄 스피커. 그런 존재가 이제는 필요하지 않을까.
기후캐스터는 기후 방송의 진행자로서 매일 1시간씩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됩니다. 평일 생방송은 수원 스튜디오에서 진행됩니다. 때로는 현장에서 진행하실 수도 있습니다
매일 1시간 방송이면 말을 엄청 많이 하겠다고 주눅부터 드시는 분들이 계신데 전혀 아닙니다. 그냥 일반적인 라디오 프로그램하고 똑같습니다. 오프닝 멘트 하고 첫 곡 나가고, 인터뷰 하고 음악 나가고, 사연 소개하고 음악 나가고, 똑같은데 인터뷰와 사연과 진행자 멘트의 방향이 '기후'에 맞춰져 있다는 거죠.
참고로 저희 사연 소개는 조금 특별할 겁니다. '기후톡파원'이라고 해서 저희 주청취권역인 경기인천 지역 시민들은 물론이고 넓게는 수도권과 앱을 통해 청취하시는 전 세계 모든 시민들이 자신의 동네에서 일어나는 기후제보들과 기후대응 소식들을 문자나 톡으로 주시거든요.
특정인을 섭외하지 않고 오디션을 하는 이유
오디션을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기후 라디오 방송 진행자, 라고 하면 누가 떠오르세요? 잘 안 떠오르죠. 그런 프로그램도 없고 아무도 안 해봤잖아요. 그럴 때는 펼쳐 놓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게 답입니다.
더구나 저희 OBS의 첫 글자인 O가 'Open'이래요. 열린 방송, 누구나 방송을 하고 있는 이 시대에 누구나 라디오 진행자가 될 수 있는 라디오 방송을 개국하기 때문에 그런 시민DJ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후캐스터 오디션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