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연설에서 제스처 취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에서 국정연설을 하면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전쟁을 일으킨 것은 서방이고, 이를 억제하려 한 것은 우리였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을 놓고 맞서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말'로 격돌했다.
먼저 21일(현지시각)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첫 국정연설에서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에 대한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푸틴 대통령은 "누구도 세계 전략적 균형을 해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선 안 된다"라며 "러시아는 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새로운 핵무기를 개발 중이고, 전면적 핵실험을 고려하고 있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라며 "미국이 핵실험을 하면 우리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미국이 핵실험 하면 러시아도 할 것"
뉴스타트는 2010년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체결한 합의로 각자 보유한 핵탄두와 수를 일정 규모 이하로 감축하고, 상호 핵시설을 주기적으로 사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양국 간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핵 군축 조약으로 한 차례 연장을 거쳐 2026년 2월까지 유효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조약에 따른 사찰을 (미국에) 허락받지 못했는데, 서방이 러시아에 사찰을 허락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탈퇴가 아닌 참여 중단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의 핵무기 통제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뉴스타트 복귀에 앞서 영국과 프랑스의 핵무기를 어떻게 관리할지 먼저 논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곧이어 러시아 외무부는 "뉴스타트 조약 참여 중단 결정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라며 "미국이 정치적 의지와 긴장 완화를 위한 선의를 보여야 한다"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또한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계획을 계속해서 미국에 통보하고, 핵무기 양적 제한도 준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도 서방의 책임이라는 주장을 거듭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인 국민과 싸우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 국민은 우크라이나를 점령한 정권과 서방의 볼모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서방의 제재는 러시아 경제를 꺾지 못했고, 오히려 인플레이션만 일으켰다"라며 "우리는 안보와 경제 발전에 필요한 재정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서방의 제재는 효과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전쟁 선택한 것은 푸틴... 욕망 실패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