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과 조현병 중 하나의 정신질환으로 정체성을 가진 정신질환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나중에서야 조현정동장애라는, 두 증상을 포함하는 진단명이 있다는 걸 알게되었지요.
Towfiqu barbhuiya
조현병이 아니길 바라던 부모님은 좋아했지만 저는 기뻐할 수 없었습니다. 새로운 진단을 따르자면 조현병 환자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거나 유보해야만 했으니까요. 제 정신질환을 알고 있던 소수의 지인들은 정신질환자로서 정체성은 중요하지 않다고 하거나, 그 때 그 때 진단명에 따라 정체성을 수정하면 되지 않겠냐고 반응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우울증과 조현병 정신질환자가 가지는 각 질환에 대한 관점에는 조금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우울증만으로 고생하던 시기에는 쉽게 희망을 가졌습니다. 십 년 정도의 경험을 통해, 심하게 우울한 기간을 넘기면 나아지는 때가 올거라고 예측이 가능했어요. 정신질환에도 리듬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대응하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조현병과 우울증을 동시에 가진 조현정동장애로 진단을 받은 후에도 우울이 강하게 느껴질 때는 언젠간 마음이 다시 평온해지리란 걸 믿으며 버팁니다. 그렇게 우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혔기에 우울증이라는 질환이 제 정체성의 큰 부분이 되진 않은 상태에요.
반면에 조현병은 치료가 가능하지만, 완치가 가능하다거나 좋은 때가 올 거라 단정해 말하기 어려운 정신질환입니다. 발병 후에는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성격과 행동이 크게 바뀌기도 해요. 조현병의 역사가 시작되면 정신질환을 가진 당사자에게도 큰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언제 어느 때 재발이 될지도 가늠하기 쉽지 않고요. 그래서 저는 조현병을 가지게 된다면 정신질환자로서 나름대로 정체성을 세우고 인지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우울증과 조현병 중 어느 하나로 저를 설명하기 어려운 기간 동안에는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 저를 우울증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님은 제가 희망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증상을 극복하며, 정체성을 가지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해야만 한다고 질책했습니다. 제가 조현병이라고 생각하는 몇몇 지인들은 당사자가 조현병을 무시한 정체성을 가지는 건 불가능하며, 제가 발병 후 상태가 좋은 편이기에 그런 안일한 사고를 할 수 있는 거라 비판했죠.
그래서 저는 상황에 따라 우울증이나 조현병이라 바꿔 말하면서 제 행동과 증상을 설명했습니다. 그런 저를 지켜보는 사람들과 저 자신이 함께 혼란스러웠어요.
애매하게 아픈 정신질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