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2월 18일 발생한 화재로 불탄 대구지하철 1079호 내부 모습. 대구시민안전센터에 전시돼 있다.
조정훈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는 재난의 '예방-대비-대응-회복'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었습니다. 이 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던 한 사람이 지하철 전동차에 불을 질렀습니다. 지하철 전동차 내장재는 불쏘시개였습니다.
불가마가 된 중앙로역 맞은편에서 승객을 가득 실은 전동차가 진입을 했습니다. 순식간에 불은 옮겨 붙었고 대부분의 희생자는 그 전동차 안에서 나왔습니다. 시민도, 도시철도 종사자도, 누구도 이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훈련도 돼 있지 않았습니다. 위기를 관리할 시스템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민의 생명과 도시의 안전을 지킬 정부는 없었습니다.
여러분 소름 끼치지 않습니까? 똑같은 패턴이 대구 지하철에서도, 세월호에서도, 이태원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습니까?
'회복'의 문제도 그렇습니다. 재난 참사의 회복은 그것으로 인한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것입니다. 깊고 깊은 우리의 상처는 정신 심리 임상요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 체계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사회적으로 대구 지하철 참사를 함께 기억하고, 사회적으로 그 의미를 함께 새기고, 사회적으로 이 희생을 헛되지 않도록 하자는 각오를 함께 다지고, 그리고 우리가 실제로 안전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야 이 상처가 아무는 것입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참사의 기억과 마주하고, 고통스럽지만 우리의 고통을 기록하고, 추모탑을 만들고, 추모 공원을 조성하려는 이유입니다. 이 참사를 사회적으로 기억해야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습니다.
2015년 대구지하철 참사 12주기 추모식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은 참사 후 처음으로 '250만 시민을 대표하여' 사과를 했습니다. 대구시장의 사과는 당연한 것이었고, 때늦은 것이었지만 감동적이었습니다. 대구시장은 '과거를 잊은 도시에게 미래는 없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재구성하여 미래로 가자'고 했습니다.
그 후 참사를 사회적으로 기억하기 위해 우리는 대구 지하철 중앙로역에 참사 현장을 보전해 '기억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참사 피해자들이 함께 하는 2.18 안전문화재단을 만들었습니다. 팔공산 추모공원 문제도 지금 답보 상태에 있습니다만, 상가연합회와 대구시가 단계적 이행 로드맵을 약속하여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갈 길을 정했다는 것입니다. 만시지탄이나 다행이라 하겠습니다.
기억-치유-성장-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