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항마을 뒤 고개 중턱. 뒤에 보이는 봉우리가 가덕 제1봉 연대봉이다.
박중록
전국 불교환경연대 지역 대표와 활동가들은 다시 버스로 3~40분을 달려 가덕도 대항마을에 닿았다. 가덕도신공항이 건설되면 사라질 대항마을을 둘러본 뒤 옛길을 따라 영영 사라져 버릴 운명에 처한 외양포마을까지 도보순례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계획 철회하라'는 손팻말을 든 이들은 가덕도 제1봉인 연대봉과 대항마을이 내려 보이는 고갯길 중턱에서 "제2의 새만금 가덕도신공항 건설계획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개를 넘어 외양포 마을에 도착했다. 가덕도의 제일 남쪽에 위치한 마을인 이곳은 일제 강점기의 아픔이 생생히 남아 있다. 1904년 일본이 러시아 발틱함대를 겨냥해 만든 포진지와 탄약고, 관측소와 부대막사 건물 등이 고스란히 남아 아픈 역사와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곳이다.
북동쪽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보존된 해안림이 있는 국수봉과 남서쪽으로 남해안의 한려수도가 시작되는 바다가 펼쳐지는 곳에 나지막하게 자리 잡은 마을은 가덕도의 자연정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스님과 활동가들은 연대봉이 보이는 옛 일본군 포진지 위에서 가덕도의 자연이 보전되길 기원하며 '가덕도신공항건설반대' 피켓을 높이 들었다. 이들은 "우리 생존의 토대, 자연이 사라지는 것을 그냥 지켜보지 않겠다며 몸으로 지키겠다"고 밝혔다.
낙동강하구에서 온종일을 보낸 후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울산불교환경연대 대표인 천도 스님의 제안으로 새를 주제로 한 노래를 이어 불렀다. 그 안에는 새와 사람이 함께 평화로운 세상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낙동강하구 난개발로 멸종위기 2급에서 1급으로 바뀐 고니와 멸종위기 2급 종인 따옥 따옥 따오기와 뜸부기, 그리고 '멀어져간 나의 솔개'가 부디 멸종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의 아미산과 가덕도 일원을 방문한 불교환경연대는 다음 날인 지난 10일 호소문을 발표하였다. 다음은 호소문 전문이다.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상호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생명의 실상이며, 따라서 모든 존재는 크든 작든,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모두가 존귀하므로 생명을 존중하라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우리는 낙동강 하구를 돌아보며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고니를 비롯한 다양한 겨울 철새들의 아름다운 몸짓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교량과 경관을 해치는 고층 빌딩들을 보며 난개발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낙동강하구는 한국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습지로 길이 보존해야 할 필요성 인정되어 1960년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곳입니다. 그동안의 난개발로 숱한 훼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어 지금도 한국 최고의 자연유산, 한국 최고의 철새도래지이자 세계적 습지로 기능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세계적 자연유산인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이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생명의 그물이 급속히 파괴되고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위기를 겪고 있고, 지구상 여섯 번째 대멸종을 마주하고 있는 엄중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자연보호는 이제 우리 자신과 미래세대와 지구생태계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부산시의 난개발 계획에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지금 이곳에서 펼쳐지는 대저대교·엄궁대교·장낙대교 건설계획과 가덕도신공항 건설, 제2에코델타시티 건설과 문화재보호구역 해제 시도는 중단되어야만 합니다. 이는 부산시가 얘기하는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항해'와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삶'과도 모순되는 일입니다. 이에 이 땅의 미래를 걱정하는 우리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부산시와 정부에 아래와 같이 호소합니다.
1.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해제 시도를 철회하십시오.
1. 낙동강하구의 대자연을 파괴하는 가덕도신공항·대저대교·엄궁대교·장낙대교·제2에코델타시티 건설계획을 철회하십시오.
1. 한국 대표 갯벌,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촉구합니다
1. 우리는 낙동강하구 자연보호를 위해 활동 중인 제 단체의 활동을 적극 지지하고 연대하겠습니다.
2023년 2월 10일
불교환경연대,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부산불교환경연대, 울산불교환경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