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94) 할머니에 대한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 수여가 무산된 가운데, 14일 부산 동구 항일거리에서 시민사회단체가 오는 삼일절 평화훈장을 수여식을 열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서훈을 거부한다면 시민이 직접 나서겠단 의미다.
김보성
이들은 1만여 명의 시민 추천인을 모아 일제강점기에 맞섰던 삼일절의 의미까지 더해 내달 1일 평화훈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전위봉 사회대개혁부산운동본부 상황실장은 "온·오프라인(
https://vvd.im/할머니의평화훈장)에서 서명운동을 진행, 삼일절에 그 뜻을 모아낼 것"이라며 "70여 개 단체가 의지를 밝혔고, 규모는 계속 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14일에는 부산 일본영사관 인근 항일거리를 찾아 관련 일정을 공개했다. 이들은 서훈 논란을 대일 굴욕외교의 결과로 규정하며 국민이 적극적으로 피해자와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내놓은 '제삼자 대위변제' 등 강제동원 해법안을 비판한 지은주 부산겨레하나 대표는 "정부가 철저히 일본의 비위를 맞춰주고 있다"며 "우리는 양금덕 할머니와 끝까지 싸우겠다"고 연대를 시사했다.
부산지역이 서훈 수여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에 대해선 공간적 배경을 강조했다. 이원규 평화훈장 추진위 대변인은 "강제징용노동자상·평화의소녀상·항일거리 등 부산은 꾸준히 일본의 사죄배상 문제를 공론화해온 곳이다. 할머니의 사연을 접한 뒤 정부가 저렇게 나온다면, 시민의 힘으로 상을 수여하자고 의견을 모았다"라고 말했다.
국민훈장 수여를 막은 정부를 대신해 양금덕 할머니에게 상을 수여하자는 움직임은 사실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해 12월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등 광주 시민들이 고 이금주 태평양전쟁희생자광주유족회장 1주기 추모행사에서 양금덕 할머니에게 '우리들의 인권상'을, 지난달에는 울산겨레하나가 '시민훈장'을 수여했다.
이달 초에는 민족문제연구소가 '대한민국 국민이 드리는 시민훈장'을 양금덕 할머니에게 전달했다. 시민모임의 김정은 사무처장은 "할머니의 30년 싸움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모습에 아직 일본에 사죄배상을 받진 못했지만, 할머니는 큰 위로를 얻고 있다"라고 말했다.
양금덕 할머니도 영상을 통해 반응을 직접 보내왔다. 부산 평화훈장 추진위는 이날 할머니의 응답을 담은 영상을 일정과 같이 공개했다. 부산 시민의 상 수여 계획에 양금덕 할머니는 "(일본을 상대로 한 사죄배상) 투쟁이 어렵고 힘들지만 이렇게 기억해주는 것만 해도 고맙다"라고 감사를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