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도토리마을 방과후 교사 분홍이 (사진: 장영진)
은평시민신문
전직 서울 마포 성미산 도토리마을 방과후 교사인 박민영씨는 아직도 아이들에게 '분홍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그는 10년 동안 도토리마을 방과후 터전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다 1년 전 퇴직했다. '자두'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한은혜 선생님은 4년째 도토리마을 방과후 교사로 재직 중이다.
마을 방과후 교사들은 10년을 일해도 교육 관련 경력을 인정받을 수 없어 국공립 교육기관 등으로의 이직에 어려움을 겪는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한창일 때는, 60명의 아이들이 밀집한 시설에서 일함에도 우선접종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해 백신을 맞기 위해 2~3주간 온갖 의료시설에 전화를 돌려야 했다. 지난 2일 도토리마을 방과후 교실에서 분홍이와 자두, 두 교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방과후 교사, 자포자기하게 만드는 환경 바뀌어야"
-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도 공동육아 교사들은 우선접종 받지 못했다는데 어떻게 됐나요.
자두 : "우선접종 대상자 기준이 발표된 후, 저희는 당연히 우선접종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아이들 수십 명과 하루 종일 오랜 시간 함께 있으니까요. 그런데 연락이 오지 않아 저희가 먼저 연락을 한 보건소에서, 도토리마을 방과후 교사들이 우선접종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들었어요.
그래서 여기 사정을 설명하니 '당연히 접종을 일찍 받으실 수 있다. 그런데 보건소에선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기관에 전화를 드렸을 때는 다시 '당연히 된다'라는 답변을 들었지만, 그 기관도 결국에는 '다른 데 전화를 해보라'며 말을 돌렸어요.
'오늘 담당 부서가 바뀌었으니 어디로 전화를 해보세요' 같은 답을 2~3주 동안 들었죠. 전화기 신호음을 듣고 있는 시간이 무척 길었어요. 교사들이 접종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마을 병원에 계신 의사분이 저희의 어려움을 알고 백신 잔여분을 주셨을 때야 가능했어요."
- 공동육아 교사로 오랫동안 활동해도 교육경력을 전혀 인정받지 못한다고 들었어요.
분홍이 : "네, 저희는 국가에서 만든 초등돌봄센터와는 달리 마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방과후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10년을 근무하다 초등돌봄센터 등으로 가면 완전히 신입으로 취급돼요. '경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라는 것이 어쨌든 공동육아 초등 방과후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큰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마을 방과후 교사 일을 그만두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초등돌봄센터가 아닌 마을 방과후도 인정받고 재정적으로 지원을 받아야 교육의 다양성이 보장될 텐데, 무척 아쉬운 부분이죠. 학부모 입장에서는 교사의 월급을 온전히 학부모 부담으로 해결해야 하니 금전적 부담이 커지고, 교사 입장에서는 터전의 지속 가능성을 불안해하며 좀 더 나은 월급을 바라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에요."
-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다큐 개봉 이후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분홍이 :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개봉 후 돌봄 교사의 처우에 관한 기사들이 올라왔어요. 그런데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교사 대우를 원하면 정식 교사 시험을 쳤으면 됐을 텐데 무엇을 바라느냐', '자격증이 없으면 강사지 그게 교사입니까' 식의 말들이 정말 많았어요. 그런데 저희는, 교사라는 이름에 매여서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여기 와서 이야기를 나누어보시면, 저희가 '정규' 교사가 받는 월급을 원하거나 그런 대우를 원하는 게 아니란 걸 아실 거라 믿어요.
교사 시험을 보고 몇 년제 대학교를 나오는 것도 중요할 수 있겠지만, 오랜 기간 아이들과 함께 해온 시간이 그만큼 중요할 수 있어요. 터전 교사들이 가장 바라는 건, 터전에서만 할 수 있는 교육 방식이 살아남는 일이에요. 결과가 가장 중요시되는 제도권 교육이 아닌 과정 중심의 교육 등을 해나갈 수 있는 여지를 살리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최소한의 직업적 안전망이 필요한 거죠. 연초마다 오르는 최저임금을 보면서 '우리 월급도 딱 저만큼만 오르겠구나' 하는 생각이나, 교사 생활을 이어나가기 어려울 거라는 자포자기가 아니라요."
"아이에게 자율성 주면 책임감 생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