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로터리(1980)지하철 공사를 하면서 만든 임시 고가가 로터리 중앙을 지난다. 아현동과 동교동 방향 나무 육교는 1980년대 초반 철거된다.
서울역사박물관
1980년대 신촌은 부풀 만큼 부풀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획일화한 1970년대와는 확연히 달랐다. 드나드는 곳만으로 그 사람 성향이 드러날 정도였다. 민중문화를 주류에 두고, 소집단으로 나뉘었을망정 다양한 대중문화를 품고 있었다.
대중가요 싹이 자라난다. 연극과 언더그라운드가 움트기 시작한다. 공연장이 곳곳에 자리한다. 1970년대 말 명동과 종로의 라이브 공간이 쇠퇴하자 인프라가 갖춰진 신촌으로 이전해 온다.
소극장과 카페, 클럽 등에서 라이브 공연이 열린다. 이때 신촌 블루스나 들국화 같은 밴드들이 크리스탈 소극장과 레드제플린에서 공연한다. 훼드라도 빠질 수 없는 곳 중 하나다.
민중문화가 저항문화였다면 신촌에서 싹 틔운 '대중문화'는 1990년대를 예비하고 있었다. 1980년대 중반 산울림, 연우, 시민극장 등 소극장이 잇달아 생겨나며 다양한 예술인들의 교류로 연극 메카를 이뤄나간다.
민속주점이 시대를 풍미한다. 크고 작은 서점이 곳곳에 포진하고, 신촌시장에서 태어났음 직한 오래된 대폿집들도 성시를 이룬다. 나이트클럽에 몸을 맡기던 청년들이 로터리 주변 대형 백화점에서 눈요기하기 바빴다.
변천과 쇠락
1990년대 초반 이른바 X세대가 등장한다. 이들의 출현은 그야말로 갑작스러웠다. 맛집과 패션, 음악, 스포츠를 공유하고 힙합 바지에 햄버거와 피자를 즐기며 PC와 매우 친근했다. 인종과 국가, 종교와 이념에도 그리 얽매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