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반월시화 공단 내 한국와이퍼 공장
김성욱
어느덧 농성 한 달째를 향해가던 지난 1월 30일 밤, 공장 농성장에 모처럼 낭보가 전해졌다. 법원이 이번 한국와이퍼의 해고 통보가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제10민사부(재판장 남천규 판사)는 노조가 한국와이퍼를 상대로 낸 단체협약위반금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한국와이퍼는 단체협약상 절차에 따른 노조와의 합의 없이 소속 조합원들을 해고해선 안 된다"고 못박았다. 지난 2021년 10월 한국와이퍼가 노조와 맺은 고용안정 합의를 지켜야 한다며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한국와이퍼 노동자들은 이번 판결에 "너무 다행이고 기쁘다"며 함께 웃었다. 하지만 사측은 여전히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법원 판단 이후인 1월 31일 오후에 열린 노사 교섭은 단 5분만에 끝났다. 최윤미 분회장은 "그간 사측은 고용합의를 위반 해놓고도 우리들에게 '위로금 받고 조기 퇴직 안 하면 한 푼도 없이 떠나게 될 것'이라는 식의 고압적인 태도였는데, 이번 법원 판단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 분회장은 지난 11~12월 국회 앞에서 한국와이퍼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요구하며 무려 44일간 단식을 하기도 했다.
사측이 통보한 해고 예고 시점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한국와이퍼 공장에 남은 노동자들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이들은 "회사로부터 받은 상처를 동료들에 의해 치유 받고 있는 것 같다" "10년 넘게 바로 옆에서 일하면서도 서로 바빠서 못 나눴던 사사로운 얘기도 이젠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오히려 더 친해졌다"고 했다.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동료가 보이면 서로 김치를 나르고 밑반찬 하나라도 더 챙겼다. 불안함을 달래려 뜨개질로 수세미를 만들다가 서로 모양을 고치라며 웃었다. 공장 벽면에 붙인 손 팻말들엔 '하나되어', '끝까지', '함께'란 단어가 많이 보였다. 이들의 목소리를 여기 싣는다.
"20년 넘게 일한 공장은 내 삶 자체... 하루 아침에 쫓겨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