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어촌계원들이 힘찬 경운기 엔진소리를 내며 일터인 갯벌로 향하고 있다
태안군 제공
직장인들처럼 퇴직금을 받는 어민들이 있다. 퇴직금은 1500만 원 정도다. 일반 직장인들과 비교하면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어민들의 만족도는 상당하다.
충남 태안 소원면 파도리어촌계는 올해부터 퇴직금 지급을 시작했다. 어촌계원을 자동 탈퇴한 8명이 이를 받았다.
어민들이 퇴직하는 주요 이유는 나이다. 바지락 일을 하기에 힘에 부치는 고령이 돼서다. 사망이나 지병 등으로 인한 요양시설에 입주해야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결국 각 어민은 생로병사 때문에 어촌계원에서 자동탈퇴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어촌계원의 수는 꾸준히 감소했다. 파도리어촌계의 경우 2007년 12월 태안원유유출사고 이전엔 270명을 넘었지만, 2021년에는 252명, 지난해(2022년)에는 249명이 됐다. 큰 숫자가 줄어든 건 아니지만 이들 모두 고령, 사망, 병 등의 이유로 어업을 이어가지 못했다.
파도리어촌계는 태안군 내 전체 88개 어촌계 중에서 최대 어촌계원을 보유했다. 바지락과 전복으로 수익을 올리는데 파도리어촌계의 게르마늄 바지락은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2007년 11월에는 특허청으로부터 국내 특허를 취득한 데 이어 이듬해 일본에 특허 출원을 신청해 3년 만인 지난 2011년 9월 특허가 승인될 정도로 품질 우수성이 인정됐다. 파도리어촌계가 황금어장을 일군 배경에는 현재의 고령 어촌계원들의 피와 땀이 서려 있다.
황금기를 이뤄내고 퇴직하는 이들이 늘어나자 파도리어촌계는 '퇴직금 제도'라는 신선한 정책을 도입했다. 지난 10년간 파도리어촌 계장을 맡고 있는 최장열(52) 계장이 어촌계원은 물론 마을이장과 새마을지도자, 노인회장 등과 여러 차례 회의한 결과다.
지난 2021년에 정책 도입을 전격 결정한 이후 과정은 신속했다. 어촌계정관에 반영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공식적으로 법제화했다.
퇴직금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어촌계원에서 자동탈퇴한 어민은 억울할 만도 하지만, 퇴직금 제도 도입 취지와 시행 시기에 계원 모두 찬성했다. 그만큼 퇴직금 제도에 공감한 것이다.
"요양원 갈 때 도움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