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용기에 담긴 전통간장. 비주얼이 그럴듯하다.
이혁진
얼마 전 아내가 간장 담그는 이야기를 넌지시 꺼냈다. 정월대보름 즈음해 만들 의도를 간파하고 그건 꿈에도 생각하지 말라고 나는 엄포를 놨다. 말이 쉽지 장 담그는 일이 얼마나 힘드는 작업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아내도 내 말에 선뜻 수긍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웬일? 며칠 후 간장을 만들었다고 해 놀랐다.
내가 모르는 사이, 아니 내가 없는 시간에 집에서 그 힘든 장을 담갔다니 어이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요즘엔 배달 재료를 용기에 넣어 섞어만 주면 자동으로 숙성되는 간편식 전통간장이다. 간장용기에 담긴 메주를 보고 기가 막혀 헛웃음이 나왔다. 옛날 항아리 속 메주 비주얼 그대로다.
나는 안도의 숨을 쉬면서 아내 장맛이 제대로 나기를 함께 응원했다. 어쨌든 덕분에 오랜만에 집에서 만든 정월장을 맛보게 생겼다. 말릴 일도 아니었다. 아내가 하는 집안일들이 조금 수월하게 진화되고 있으니 다행이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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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직접 만든 간장, 비주얼 보고 깜짝 놀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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