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중 잠시 휴식 시간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잠시 밖에 나와 담배 피는 시간은 머리를 식히는데 제격이었다.
tvn 드라마 '미생' 중
얼마 전 회사에서 회식을 했는데 옆자리에 앉았던 선배가 얼큰히 취하더니 예전에 웃픈(웃기고 슬픈) 일화를 늘어놓았다. 골초인 선배는 그때도 일하다가 종종 밖에 나가서 담배를 피웠다. 그런데 어느 날 부장님에게 보고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려는 찰나, 한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김 대리는 보면 자주 밖에 나가서 담배를 피우네. 나같이 안 피우는 사람은 종일 사무실에서 일하는데 김 대리 월급 일부를 깎아야 하는 것 아냐. 허허."
뼈있는 농담이었다. 그 말에 선배는 한동안 눈치가 보였다고 한다. 그래도 꿋꿋이 담배를 피웠다며 해맑게 웃었다. 회식 분위기를 띄우려고 예전 이야기를 했는데 분위가 묘하게 흘렀다.
"저는 왠지 그분 마음이 공감이 가는데요. 솔직히 담배 피우는 사람들은 수시로 밖에 나가잖아요. 어쩔 땐 나도 담배를 피워 볼까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도 있네요."
"그래도. 담배 피우는 것까지 간섭하는 것은 아니지. 명백히 개인의 기호 문제인데."
"에이. 꼭 담배 피워야만 밖에 나가나. 그냥 잠깐 바람 쐬러 나갈 수도 있잖아."
"담배 피우는 사람은 잘 몰라요. 그냥 나가는 것이 어디 쉽나요."
그저 웃자고 한 이야기에 한바탕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담배 피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어 팽팽한 의견이 오가는 도중에 회식이 종료되었다. 한창 달아올랐던 분위기는 이 문제로 금세 식었다. 그동안 의식하지 않았던 일이라 신선하면서도 나 또한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30대 초반에 담배를 끊었다. 그 기간이 벌써 15년이 다 되었다. 회사에서 우리 팀 5명 중 흡연자는 3명, 비흡연자는 2명이다. 흡연자는 평균 한 시간에 한 번 정도 밖에 나가서 담배를 피우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점심을 제외하곤 종일 자리에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사무직이라 업체 면담이 있거나 외근을 나가지 않는 한 바깥 공기 마실 일이 드물었다. 담배라도 피웠다면 주기적으로 나갔을 텐데. 사무실에 있으면 귀찮기도 했고, 일하다 보면 까먹기도 했다. 그렇다고 종일 집중해서 일하는 것도 아니면서.
야근을 위해 팀원들과 저녁 식사를 먹고 돌아오는 길에 흡연하는 동료들과 같이 있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이야기꽃이 피었다. 주제는 다양했다. 골치 아픈 회사 문제, 이상하게 사면 떨어지는 주식, 사춘기에 말썽부리는 아이, 때론 시시껄렁한 농담까지 10분에서 15분 남짓 동안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지 몰랐다.
사무실에서 보는 어둡고 무거운 얼굴이 아닌 한결 편한 모습에 나 역시도 긴장이 풀렸다. 담배 피우는 동료들은 그렇게 업무 스트레스를 풀고 있었다. 잠시 일에서 벗어나 환기하는 시간은 오히려 업무 효율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물론 담배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만 빼곤).
그 뒤로 같이 담배를 필 수는 없기에, 나도 작은 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얼마전부터 두 가지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먼저 '물 마시기 알람'이라고 시간대별로 물 마시는 시간을 설정하면 알람이 오는 애플리케이션 활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