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23일 중의원에서 열린 국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 총리는 매년 1월 개회하는 정기국회(통상국회)에서 시정방침 연설을 한다. 이 연설을 보면, 그해 일본의 중점적 국내외 정책을 알 수 있다.
기사다 후미오 총리가 지난 23일 총리가 된 뒤 두 번째 시정방침 연설을 했다. 이 연설 중 외교안보 분야의 변화를 추적하면, 일본이 한국의 위치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기시다 총리는 윤석열 정권 출범 전인 2022년 1월 시정방침 연설에선 한국을 복잡한 수식어 없이 '중요한 이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당시 연설에서 "중요한 이웃인 한국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가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인 올해 시정방침 연설에선 중요한 이웃 앞에 "국제관계의 다양한 대응에 협력해 나가야 할"이라는 긴 수식어를 붙였다.
주변국 외교의 중요도를 가늠할 수 있는 나라 호명 순서에서도 2022년에는 중국, 러시아 다음에 한국을 배치했으나, 올해엔 중국, 한국, 러시아 순이었다.
기사다 총리가 한국 관련 표현을 격상한 이유는?
기시다 총리가 왜 1년 사이에 한국에 대한 위치 매김을 바꿨을까. 답은 비교적 간단해 보인다. 윤석열 정권이 전임 문재인 정권과 달리 일본에 협조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윤 정부는 한일 갈등의 가장 핵심 사안인 강제노동에 대해 일본에 짐을 지우지 않고, 한국이 다 떠맡는 식으로 해결하겠다는 저자세를 보이고 있다. 또 일본이 그토록 원하는 한미일 군사협력을 통한 대중 견제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