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은 필자의 조카들뿐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아이들과 청소년, 청년들의 최대 수금날이 분명하다.
오마이뉴스
아침에 일어나 간략하게 차례를 지내고 일찍 집을 나섰다. 집 근처 은행에 현금을 찾으러 갔다. 오늘(22일)은 민족의 큰 명절, 설날이다. 동시에 조카들의 최대 수금날이기도 하다. 아니, 필자의 조카들뿐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아이들과 청소년, 청년들의 최대 수금날이 분명하다.
이번 설에 필자는 조카 6명에게 모두 5만 원씩 총 30만 원을 주기로 했다. 삼촌이라고 용돈도 변변히 준 적도 없어 '1년에 한번인데' 하는 마음이다. 그런데 필자의 한 지인은 조카가 9명이란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또 대학에 입학한 조카는 4명이라고 한다. 그분은 머리가 복잡한 상황인 듯했다.
설날엔 '단기 재벌'이 목표라는 조카
필자의 조카 ○○이는 이번 설 명절에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단기 설 재벌'이 목표라며 "까르르" 웃었다. 나도 덩달아 웃음을 지었지만, 약간 슬픈 현실이 담긴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직장을 다니기는 하지만 20대 초반 직장인의 주머니 사정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또 다른 조카 △△이는 설날 하루 전날, 심부름을 왔다며 음식을 담아서 싸 가지고 왔다. 잠시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에게 물었다.
"△△아 너는 세뱃돈 얼마가 적당한 것 같아?"
"에이 무슨 세뱃돈은. 직장 다니는데 안 줘도 돼. 나는"
"정말이야? 진짜 안 줘도 돼?"
그러자 △△이는 주저주저하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니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또 주면 받지. (웃음)"
누구나 다 마찬가지 마음일게다. 성인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역대급 고물가 시대에 20대 초반 필자의 조카들은, 그리고 이 사회를 살아가는 20대 청년들의 주머니는 너무나 가볍다.
하지만 20대만 그런 것 아니다. 대다수의 서민들도 주머니 사정이 안 좋은 건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이번 설날엔 유난히 이 세뱃돈에 신경 쓰는 것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예전에는 '취업은 언제 하냐', '결혼은 언제 하냐' 등등의 질문들이 청년들과 구직자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었지만, 이번 설 명절에는 세뱃돈이 스트레스의 주범이라고 한다.
인크루트가 지난해 12월 성인남녀 8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설 명절 스트레스 1순위가 이 세뱃돈을 포함한 명절 비용 지출(21.8%)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최근 직장인 10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날 경비' 여론 조사 결과에서도 직장인들 평균 설 연휴 경비는 54만 원으로 조사됐는데, 이 중 16만 4000원이 세뱃돈으로 나타났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