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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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되고 학교 근처에 위치한 구립 도서관에 들어갔을 때의 기분이란, '와, 이렇게 많은 책들이 꽂힌 이렇게 커다란 책장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니!' 그 광경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묘하게 마음은 편안했다고 할까요? 오래된 책냄새를 맡으며 책장을 걸어 다니는 기분이 꽤 근사했다고 할까요?
그 시절의 저를 되돌아보면 어린이가 청소년이 되는 것, 초등학생이 중학생이 되는 것은 좀 고달픈 일이었던 것 같아요. 공부 수준이며 양도 늘어나고 친구관계도 성적순과 집안 수준에 따라 달라지니, 뭐랄까, 중압감 같은 것도 생기고요.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지금이 가장 좋을 때다'라고 말했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런 말들은 아이들의 여린 마음을 감싸주지 못하는, 어쩌면 폭력적인 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에겐 도피처가 필요했습니다. 중학생에게 도서관만큼 도피처로 제격인 장소도 없었지요. 사회적으로 허용되며 권장되는 장소. 공부를 하지 않아도 들키지 않는(?) 곳이었으니까요. 저는 책장 끝에 위치한 구석자리에 숨었습니다. 어른들이 보기에 있어 보이는(?) 책을 골라서 읽는 척을 하곤 했어요.
그렇지만 책은 그렇게 어리석고 유약한 저를 나무라지 않았습니다. 더 나아져야 한다고 강요하지도 않고, 그저 그 자리에 꽂혀서 저를 바라보았어요. 그런 점이 저를 숨 쉴 수 있게 만들었지요.
만약 도서관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종종 합니다. 그래서 막연하게나마 꿈꾸곤 해요. 도서관이 없는 동네에 도서관을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20년 혹은 30년쯤 후엔 가능하지 않을까요? 30년이 걸린다면 지금보다 더 산책을 열심히 해서 체력과 건강관리를 열심히 해야겠네요.
옆동네 도서관 산책을 마음먹고 나섰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