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권우성
"바람에 나무가 흔들려도 숲은 그 자리를 지키고, 바위가 강줄기를 막아도 강물은 바다로 흘러간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13일 결국 정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며 SNS를 통해 심경을 밝혔다.
나경원 부위원장은 이미 "심려를 끼쳐드렸다"라며 대통령실에 유선과 문자로 사의를 표명했으나, 용산에서는 며칠째 이에 대해 공식적인 답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관련 기사:
나경원 부위원장 사의, 출마 수순?... 대통령실 "들은 바 없다").
오히려, 윤 대통령이 나경원 부위원장에 대한 "애정이 크다"라며 "사의를 받아들일 마음이 전혀 없다"라는 보도까지 나왔다(관련 기사:
용산, 나경원 사의 거부?... "스스로 결단" 압박 나선 친윤). 나경원 부위원장의 기자간담회를 계기로 "대단히 실망" "유감"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그를 매섭게 몰아붙이던 용산의 분위기가 180도 바뀐 것이다.
결국은 전당대회 출마 여부가 문제였다. 대통령실은 "당대표 선거에 나가겠다면 부위원장직을 그만두고 나가는 것이 맞다"라는 메시지를 언론에 흘리더니, 정작 나경원 부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하니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나 부위원장을 향해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말고, 김기현 의원을 지원하라'라고 압박하는 모양새였다. 나 부위원장은 출마 여부 등에 대해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은 채 숙고에 들어갔다.
그런데 나 부위원장이 이날 대리인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식 절차를 밟겠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출마 쪽에 더 무게 중심이 쏠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잠깐의 혼란과 소음, 역사의 순리를 막을 수 없다"
그의 거취를 두고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가운데, 나 부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9년 12월, 우리 당 원내대표직에서 쫓겨나듯 물러나야만 했을 때 제가 국민께, 우리 당원들께 드렸던 말씀"이라며 "바람에 나무가 흔들려도 숲은 그 자리를 지키고, 바위가 강줄기를 막아도 강물은 바다로 흘러간다"라고 이야기했다.
나 부위원장은 "그 뜻과 마음은 지금도 그대로"라며 "잠깐의 혼란과 소음이, 역사의 자명한 순리를 가리거나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함부로 제 판단과 고민을 추측하고 곡해하는 이들에게 한 말씀 드린다"라며 "나는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본인의 당대표 출마 여부 고민 역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고민의 연장선상이라는 취지이다. 대통령실과의 갈등을 부각시키는 인사들에 대한 반발이기도 하다.
그는 "모처럼 전국으로 내리는 빗방울에 산천과 함께 우리 마음도 씻겨지는 아침, 저는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가지러 떠난다"라며 "고민이 길어지는 점에 대해 국민, 당원, 언론인들게 무척이나 송구하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2019년 12월' 언급한 나경원... "쫓겨나듯 물러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