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기 국토교통부 임대차지원팀 과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세보증금 피해 임차인 설명회에서 전세사기 피해 지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은 여러 가지 반전이 있었던 해인 듯하다. 주거 문제와 관련해 전세시장의 변화 역시 극적 반전이다. 2021년 상반기까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전세가격이 이후 금리 인상과 함께 2022년 곤두박질치며 최근에는 역월세난까지 나타나고 있다.
전세가격 하락과 함께 주목받게 된 깡통전세는 임대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 발생 시점 규정을 악용하는 것부터 임대인-공인중개사-시공사 등이 명의대여 임대인을 활용해 조직적으로 임차인을 기망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어둠 속에서 만연하던 각종 '전세사기' 문제를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전세'는 우리나라와 볼리비아, 인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제도라고 한다. 과거 제도권 금융이 발전하지 못했을 때는 임대인(주택 소유권자)이 손쉽게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수단으로 기능했다지만, 오늘날처럼 각종 대출이 가능한 시대에는 전세가 없어질 것이라고들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세제도는 이 순간까지도 남아 역전세난, 전세사기 등의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집을 마련하는 방법 중 한 가지로 전세가 여전히 기능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설명한다. 임차인(세입자)의 입장에서는 다달이 임차료를 소모성으로 지출해야 하는 월세보다는 그런 지출이 없는 전세가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임차인의 수요만으로 시장이 형성될 수는 없기 때문에 임대주택 공급자에게도 이익이 되는 것이 있을 듯하다. 그중 하나가 최근 전세사기 피해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는 '갭투기'이다. 자기자본이 적은 사람이 전세세입자의 전세금을 끼고 집을 매매한 후 시세차익을 노려보고자 하는 동기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전세자금 대출을 활용해 임차인이 손쉽게 전세금을 마련해올 수 있으니 집값이 상승해도 전세금을 올리며 집을 매매하는 행위가 횡행한다는 점에서 갭투기를 지탱하고 있는 것으로 만연한 '전세자금 대출'이 지적된다.
전세자금 대출의 규모와 대출 지원에 대한 사회적 선호
전세사기를 비롯한 갭투기와 전세자금 대출의 관계를 생각하면 대출이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그 규모를 보면 갭투기가 얼마나 지탱되고 있을지 전세사기와 역전세난 등의 파급력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자금 대출은 일반적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주택금융공사(HF), 서울보증보험(SGI)의 보증서에 기초해 이뤄진다. 제한적이지만 이 중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있는 HF와 HUG의 전세자금 대출 보증잔액 현황을 보면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그 규모가 증가해 2021년에는 128조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전세가격지수 변화와 전세자금 대출 규모 변화를 겹쳐서 보면 두 변수 간 인과관계까지는 알 수 없지만 전세자금 대출이 높은 전세가격을 지탱해주는 일정 역할을 해왔을 것으로 쉽게 가늠된다. 전세시장 상황의 변화 속에서 이와 같이 큰 전세자금 대출 규모는 시한폭탄의 뇌관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