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실질임금 하락 현상(후생노동성 발표 자료)을 보도하는 NHK 방송 갈무리
NHK
<로이터통신>은 6일 칼럼에서 "기시다 총리는 오는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존재감을 보여준 뒤 총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장기 집권을 기대하고 있지만, 물가 상승이 '급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출범 후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 부진은 서민들의 생활고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본 최대 노조 일본노동조합총연합(렌고·連合)도 "코로나19·고물가·엔저라는 삼중고가 가계를 압박하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라며 "일본의 임금 수준은 세계 수준에 못 미치는 데다가 물가 상승도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가 위축되고, 인력도 부족하다"라고 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언론도 거들었다.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은 4일 치 사설에서 "일본의 평균 임금은 주요 선진국 중 최저 수준"이라며 "일본 기업들은 실적이 좋더라도 경영난을 겪는 타 기업을 배려해 임금 상승을 꺼리는 수평 의식이 강한 탓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실적이 좋은 기업이 먼저 임금을 인상해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사설을 통해 "일본 기업들이 비용 경감을 위해 임금 인상을 억제해왔으나, 그 결과는 내수 침체"라며 이제는 경영자들이 발상을 바꿔 임금 인상에서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목표로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나아가 "중소기업도 더 이상 값싼 노동력에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라며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데 임금 인상을 감당할 수 없는 기업은 퇴출 압박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강경한 논조를 보였다.
정권·재계·언론 한목소리인데... 민심은 '글쎄'
재계는 곧바로 화답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재계 단체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経団連) 도쿠라 마사카즈 회장은 "올해 일본 경제의 키워드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라며 "(성과급이 아닌) 기본급 중심으로 임금을 인상해서 물가 상승률을 밑돌지 않도록 회원 기업들에 당부하겠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 최대 의류업체 패스트리테일링은 3월부터 일본 근무 직원들의 임금을 최대 40%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산토리홀딩스는 6% 이상, 닛폰생명보험은 7% 이상 등 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수준으로 임금을 올리겠다며 목표치를 내놨다.
오랜만에 노·사·정 그리고 언론까지 한목소리를 내며 임금 인상을 촉구했으나 성과는 불투명하다. 오히려 회의적인 반응까지 나온다. 임금 인상이 일회성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과 대기업 위주의 임금 인상 분위기가 중소기업까지 확산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