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남아 유치원 뒷정리를 하는 최선미 선생님
신재용
- 방학이 아닐 때는 오전(교육과정)과 오후(방과후과정)로 분담되지만, 방학이 되면 방과후전담사가 아이들을 홀로 돌봅니다. 방학에는 어떻게 달라지나요?
"학기 중과 방학 중은 시스템이 다르게 돌아가요. 방학이 되면 교육과정 선생님들은 보통 '41조 연수'(유·초·중·고등학교의 교사들은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에 따라 방학 중에 연수를 쓸 수 있다 - 기자 주)를 써서 유치원에 나오지 않아요. 방과후전담사 홀로 아이들을 돌보게 되죠.
다른 지역은 대부분 방과후전담사가 8시간, 방학 때도 근무해요. 학기중에는 11시, 방학중에는 9시에 출근하면서 근무를 시작하는 시간은 다를 수 있겠지만, 경기도는 그렇지 않아요. 교육과정 선생님들이 시간당 수당 2만 원씩 받고 출근하거나, 아예 외부 강사를 채용해서 8시간 맡기든가, 방과후전담사에게 4시간, 외부 강사 4시간 이렇게 운영하기도 하고요.
우리 유치원은 오전에는 교육과정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나오고, 오후에는 제가 돌보고 있어요. 여기에 어떤 곳에서는 아예 '시기간제교사'라는 분을 새로 뽑아요. 방과후전담사, 외부 강사, 시기간제교사 등 여러 형태가 근무하고 있는 셈이죠. 복잡하죠?(웃음)
왜 이렇게 복잡하고 다르냐면, 근무 형태가 제각각이거든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다른 지역은 방과후전담사가 방학 때도 근무하고(상시근무), 8시간 전일제로 근무해요. 경기도는 상시근무자도 있지만, 방학 때 근무하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방학중 비근무). 근무시간도 저처럼 6시간인 사람, 7시간 근무자, 8시간 근무자 등으로 나뉘어 있죠. 이전에는 4시간, 5시간 근무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대부분 6시간으로 맞춰졌죠.
방학 중 비근무자가 방학 때 일하려면 별도로 계약서를 쓰고, 시간외근무니까 급여를 1.5배로 줘야 해요. 이게 돈이 많이 드니까 외부 강사를 채용하거나, 6시간 근무자에게 4시간만 일하라는 식으로 근무시간을 줄여버리죠. 저는 방학에 근무하지 않았다가 올해 처음 근무하는데, 4시간만 일하라고 하면 방학 때 급여 없이 쉴 거예요.
이렇게 근무형태가 각기 다르고 복잡한 게 학교장 채용일 때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어오는 거예요. 교육감 직고용이 됐다면 모든 게 통일됐어야 했는데요.
그나마 방학에 방과후과정을 운영한다면 다행인데, 운영하지 않는 유치원도 있어요. '행복한 울타리'라고 해서, 방학 때 방과후과정을 운영할 거점학교를 만들고 인근 병설유치원의 아이를 방학 때는 거점학교에 보내는 경우도 있죠."
- 일하면서 힘든 점이 있나요?
"경기도는 각자 근무형태가 다르다 보니, 전보가 안 돼요. 한 유치원에 10년 이상
근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리고 방과후전담사에게는 발언권이나 (유치원 내부에서) 의사소통이 없는 것 같아요. '투명인간'처럼 그저 아이만 보라는 거죠. 6시간 근무자는 특히요.
8시간 근무자는 교육과정 선생님과 방과후전담사가 서로 대화할 시간이 있는데, 6시간 근무자는 오자마자 바로 급식지원부터 해야 하거든요. 교대하고 바로 아이 보고, 귀가시키면 퇴근 시간이에요. 말을 나눌 시간이 없죠. 보조원 취급하는 잔재도 있고요. 대화 창구가 필요해요. 어쨌건 우리도 오후를 맡아서 돌보는 일을 하는데요. 오후 방과후과정에 관한 건 서로 소통할 필요가 있어요.
8시간 근무자는 오후 간식 품의 등 방과후과정과 연관된 몇 가지 행정업무를 하는데, 6시간 근무자는 행정업무를 하지 못해요. 방과후과정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르죠. 이거도 발언권이 없을 수밖에 없는 이유겠네요. 교구 쓰고, 간식 주는데 정작 내가 결정할 수는 없으니까요. 마음이 열린 정교사 선생님들은 이것저것 물어봐 주고, 배려해주시기도 하지만요."
- 힘든 점이 많지만, 아이들을 좋아하거나 아이들을 위한다는 소명 의식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보람찼거나 기뻤던 일이 있다면요?
"유치원에 다문화 가정 아이가 많아요. 아예 한국말을 못 하는 아이가 들어오기도 해요. 최소한의 의사소통만 하다가, 다른 아이들과 서로 어울리고, 단어나 문장 한 마디 알려주고 연습하면서 몇 달 지나면 대화가 되고, 1년이 지나면 한국인 아이와 비슷하게 되는 아이도 있어요.
시간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대하니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면 기쁘고 보람차요. 애정이 필요하니 많이 안아주고요. 맞벌이 가정 자녀가 많다 보니 사랑이 부족한 친구들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