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매장2022년 12월 19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상가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텅빈 매장 안에 수도요금 고지서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이게 다가 아니었다. 올겨울 우리나라에 몰아치고 있는 '한파'처럼 거리 두기 해제 이후 반짝 활기를 찾았던 자영업계에 몰아친 경기 한파는 자영업계를 급격히 얼어붙게 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외식 자영업자들에게는 '최고 성수기'라 할 수 있는 12월 분위기도 비수기 수준과 다를 게 없었다.
영등포에서 배달 전문 외식 사업을 하는 김진우씨는 지난해 12월, 외식 사업자에게는 가장 바쁠 시간인 저녁 시간에 몇 가지 음식을 싸 들고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깜짝 방문에 놀란 필자는 "'피크 타임'인 이 시간에 어쩐 일이냐?"고 물었고 그는 내 물음에 한숨을 쉬었다.
"성수기인 12월인데 장사가 안돼요. 11월과 다를 게 없고 비수기인 10월과도 차이가 없어요."
이 상황은 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몇 년 전 유명 피자 가맹점을 접고 현재 배달 대행 사업에 뛰어든 김경무씨는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외식 업계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연말이 연말이 아니었어요. 월드컵 기간만 반짝 바빴을 뿐이고 이후에는 이게 진짜 연말이 맞나 싶었을 정도였죠. 코로나 이전하고 비교해봐도 지금 상황은 정상이 아니죠."
끊어지는 약한 고리
필자에게 '불금'의 뜻은 남들과 다르다. 금요일 늦은 시각, 두 번째 일을 마치고 도착한 집, 거실 TV 속 <시사직격>의 한 장면이 날 잠시 묶어뒀다. 제목은 '침체의 서막, 모두가 가난해진다' 였다. 그리고 이어진 내용들은 "2022년 부업자 수 증가 추이 역대 최고, 그중 대부분은 가장", "더 많이 더 오래 일해서 고물가 시대를 견뎌 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자영업은 물론 우리 경제 분야 전반을 다룬 이 방송은 고금리, 고물가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스치듯 본 방송에, 그날 밤 퇴근길이 떠올랐다. 금요일 밤 퇴근을 위해 부업으로 일하는 한 유명 프랜차이즈 점포를 나서며 돌아본 가게 건물의 모습은 스산했다. 점포는 입지가 좋은 건물에 입점해있다. 그런데 이 건물 1층에 불이 켜진 곳은 이제 여기 하나뿐이다.
현 점포가 입점할 당시 건물은 신축이었다고 한다. 당시 건물주는 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입점시키기 위해 월세를 주변보다 파격적으로 낮추는 공을 들였다고 한다. 유명 프랜차이즈를 입점시킴으로써 신축 건물의 가치를 올리는 전략에 충실한 것이다. 유명 프랜차이즈가 입점한 상가 건물은 그렇지 않은 건물보다 더 높은 임대료로 더 빨리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 전략은 먹혔다. 한때 1층을 다 채웠으니 말이다. 그런데 수년이 지난 지금, 1층 4개의 상가 중 3개는 유리 벽에 붙은 '임대'라는 커다란 플래카드를 이용해 흉한 콘크리트 속살을 애써 감추고 있다. 그 사이, 모두 폐업한 것이다. 그중 한 가게는 얼마 전에 개업 1년도 안 돼 폐업했다. 인테리어가 참 예쁜 신생 프랜차이즈 가게였고 사장 부부도 가게 만큼 젊고 활기차 보였었다.
골든타임 그리고 연대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