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리아 AP=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에서 '대선 불복' 폭동 피해 현장을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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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대통령 선거에 패한 전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의회, 대법원, 대통령궁 등 입법·사법·행정 3부 기관 건물에 난입해 대선 불복 시위를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AP통신, BBC방송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8일(현지시각) 대선에서 패하고 물러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지지자 수천 명이 수도 브라질리아에 있는 연방 의회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켰다.
시위대는 의회 앞에 설치된 바리케이드를 넘은 뒤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의사당에 난입, 유리창을 깨고 집기를 부쉈다.
브라질 국기를 상징하는 노란색과 초록색 옷을 맞춰 입은 시위대는 의회 건물 지붕에 올라가 브라질군의 쿠데타를 촉구하는 '개입'이라는 뜻의 플래카드를 펼치며 "신, 조국, 가족, 자유"를 외쳤다.
또 다른 시위대는 대법원과 대통령궁에 난입했다. 이들은 기마경찰을 말에서 끌어내려 집단 폭행했고, 대통령궁 무기고에 있는 무기를 탈취하기도 했다.
룰라 대통령 "전임 대통령이 지지자들 공격 독려"
경찰이 뒤늦게 최루탄을 쏘며 해산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고, 홍수 피해 현장인 아라라콰라 지역을 방문 중이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피해 상황을 보고 받고 "질서 회복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허용한다"라는 명령을 발표했다.
곧이어 브라질군이 투입되어 시위대를 해산했고, 사법 당국은 3부 기관의 통제권을 회복하고 수백 명의 시위대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작년 10월 치러진 대선에서 '좌파 대부'로 불리는 룰라 대통령이 50.9%대 49.1%로 1.8%포인트 차의 근소한 승리를 거두자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대선 불복 시위를 벌이며 강한 불만을 터뜨려왔다.
지난 1일 취임한 룰라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시위대를 "광신도, 파시스트"라고 규정하면서 "모든 법령을 동원해 관련자들을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공격을 독려하는 듯한 연설을 몇 차례 한 바 있다"라며 전임 대통령의 책임을 묻기도 했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트위터에 "브라질의 현직 행정수반이 나를 상대로 증거도 없이 제기한 혐의를 부인한다"라고 맞섰다.
이어 "법에 따른 평화 시위는 민주주의의 일부이지만, 침략과 약탈을 벌이는 것은 예외"라며 "나는 임기 내내 법, 민주주의, 투명성, 그리고 우리의 신성한 자유를 존중하고 수호했다"라고 주장했다.
평소 극우 성향을 드러내며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대선 패배 후 권력 이양에 협조했으나, 패배를 명확히 인정한 적이 없어 지지자들의 폭동을 방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불참했고, 현재 미국 플로리다에서 가족과 체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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