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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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사추세츠에 위치한 국립경제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40, 50대가 일생 중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나이라고 한다(동아일보, 2022. 09. 19). 특히 업무 스트레스는 45세에 정점에 달해 직장에서 압박감이 가장 많다고 한다.
이전 연구에서도 침팬지와 오랑우탄이 중년에 심리적으로 위축된다는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하니, 중년의 스트레스와 젊음에 대한 상실감 역시 얼마나 큰지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시기가 지나면 개인의 성장이 계속됨에 따라 심리적 고통은 줄었다 하니 나이를 조금 더 먹으면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지는 걸 기대해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결코 불혹 될 수 없는 사십 대를 어떻게 용기 있게 살아나가야 할까? 미혹되는 감정을 어떻게 할 수 없다 해도, 감정을 조절하고 정화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면 조금은 수월해지지 않을까?
사십 대가 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라고도 하는데, 그건 피부의 탄력성이 떨어져서 주름이 생기고 자국이 잘 없어지지 않아, 자주 짓는 얼굴 표정이 마치 문신처럼 얼굴에 남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부정적인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얼굴에 남아 나의 인상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무표정한 얼굴인데도 어딘가 화가 난 듯한 혹은 못마땅한 느낌을 자아내는, 중년의 남성과 여성을 거리에서 종종 우연히 마주치곤 한다.
저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아온 걸까 궁금증이 생기면서도 나 역시 누군가에게 찌푸린 표정을 남기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하게 한다.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면, 표정과 인상 역시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텐데, 어떻게 해야 부정적 감정을 덜어내고 컨트롤할 수 있을까?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다. 문제는 그게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뇌과학자들은 마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마음이라고 부르는 것은 뇌의 정보처리 상태를 의미하며 뇌과학적으로는 '현상'으로 보는 게 옳다고 한다. 마음은 '현상'이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강하게 만들거나 단련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뇌과학자 도마배치 히데토는 저서인 <뇌과학자가 싫은 기억을 지우는 법>에서 뇌의 구조와 특성을 이용해 벗어나고 싶은 기억을 지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뇌는 강렬한 분노나 슬픈 감정이 동반된 체험을 했을 때 더 잘 기억하는데, 그것은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뇌과학적으로 마이너스 기억은 인간으로부터 살아가는 힘을 빼앗진 않지만, 어떤 경우에는 이러한 기억능력 때문에 인간은 삶에 걸림돌이 될 정도로 큰 고통을 느낀다. 이러한 기억통증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뇌가 기억을 어떻게 입력하고 출력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기억의 입출력에는 해마와 편도체의 역할이 중요한데, 해마는 단기기억을 저장할 뿐 아니라 측두엽으로 사건을 전송하여 장기기억을 입출력하는데 기여한다. 편도체는 그 과정에서 해마를 관리하여 기억을 증폭시키거나 약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해마와 편도체의 활동이 반복된 결과가 지성을 관장하는 뇌인 전두전야에 인식의 패턴을 만든다. 즉 싫은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해마와 편도체 그리고 전두전야에 만들어진 인식의 패턴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마를 둔감하게 만들거나 해마 보다 우위에 있는 전두전야에 개입해 해마-편도체의 작용을 변화시키면 싫은 기억에 대한 인식의 패턴을 바꿀 수 있다.
감정이 기억에 의해서 생기고 기억은 뇌의 작용을 통해 저장된다는 것을 이해하니, 희망이 보였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히데토의 조언 중 하나는 싫은 기억에 강렬한 긍정적인 감정을 결합하는 것이다. 감정을 특정한 정보에 결합시키는 앵커링을 통해 트리거를 당기면 예를 들어, 액세서리를 만지거나 사진 등 휴대가능한 물건을 바라보는 것 등을 통해 긍정적인 기억을 떠올리면 싫은 기억이 불시에 떠오르는 편도체의 증폭작용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정을 과학적으로 바라보니 시야가 트이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