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한쪽에 있는 보온 물통을 펜으로 그렸다. 어반스케치 모임에서 어려운 풍경화를 그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창환
두 번째, 일상생활의 단순한 기하학적인 형태로 시작하세요. 초보자에게는 풍경 그림보다는 단순한 물건부터 그리라고 하고 싶어요. 풍경은 정말 복잡하고 많은 형태가 겹쳐져 있어요. 그래서 풍경을 잘 그리기 위해서도 단순하게 분리된 물건으로부터 시작해야 돼요. 집에서 일상생활에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들로 연습하면 돼요. 빵조각이나 크리넥스 박스, 컵 등을 그리면서 그림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나는 초심자에게 건식 재료를 사용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수채화나 아크릴화는 컨트롤하기가 매우 어려워요. 연필, 펜, 색연필, 오일파스텔 등 건식 재료는 물체를 그리기도 좋고 음영도 넣을 수 있어요. 연필은 지울 수도 있어요.
세 번째 충고는 편하고 단순하게 생각하라는 거예요. 너무 자신을 심하게 밀어붙이지 마세요. 그리고 자신을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예술가들과 비교하지 마세요. 모든 사람은 바닥에서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 자신이 잘 못 한다고 해서 화내지 마세요. 처음엔 다 그래요. 물론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당신은 그렇게 해야 해요.
매일 몇 시간이고 연습할 필요는 없어요. 20~30분이나 1시간 시간을 내면 돼요. 그림 실력을 키우고 싶으면 연습하는 습관을 만들어야 해요. 이 시간을 당신을 일과에 넣어야 돼요.
그리고 아주 단순한 물건을 하나 그리세요. 크고 멋진 그림을 그리려 하지 마세요. 그리고 사물을 이해하고 그것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또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스스로 배워야 해요. 옛날부터 선생님들은 오렌지색을 어떻게 섞는지 가르쳐 왔어요. 그러나 같은 빨강과 노랑을 섞는다고 해도 모두 톤이 달라요.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고 다른 교육을 받아왔어요. 이런 것들로 해서 어떤 현상을 다르게 봐요. 그림을 그릴 때도 그래요.
만약 당신이 매일 20분씩 연습한다면, 몇 달이나 몇 년이 지나면 엄청나게 축적돼요. 핸드폰이나 TV, 비디오 게임에 들어가는 시간을 생각하면 당신의 삶에서 예술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데 이 20분을 쓰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이 시간이야 말로 당신이 느긋해지고 내면세계의 평화를 찾아 명상을 하는 시간이에요." (
베키 챠오의 유튜브)
흔히 어반스케쳐스 모임에 나오라고 하면 '실력을 키워서 나중에 나오겠다'고 하는데, 그럴 필요 없이 현장에 나와서 가장 단순한 사물을 그리면 된다. 커피잔이나 화분, 대문이나 우체통 등, 자신의 흥미를 끄는 단순한 사물로 시작해서 점점 그리는 범위를 넓혀가면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어반스케쳐가 될 수 있다. 잘 그리는 상태에 있는 것보다, 점점 잘 그려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짜릿한 법이다.
나는 단순한 그림 두장을 그리고 카페 전체를 한 장 더 그렸다. 2시에 서현 저수지가 보이는 카페테라스에 모두 모여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서로 소개도 하고 다른 사람 그림도 감상한다. 새로운 그림을 만나는 것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언제나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