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금남로에서 광주시민들과 계엄군이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고 5.18이 '갑툭튀'였을 리는 없다. 역사는 시공간 속 인과관계로 엮이기 마련이다. 5.18 역시 이전에 벌어진 사건의 결과이며, 다음에 전개된 사건의 원인일 수밖에 없다. 특히 불의한 독재정권에 맞선 민주화운동의 역사에서 전철을 밟는 건 필연이다. 4.19 혁명의 기치와 정신이 5.18과 6월 민주항쟁, 나아가 촛불 혁명의 그것과 다를 리 없다.
지금 5.18 유족과 관계자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부마 민주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긷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직접적 희생자 수로만 민주화운동의 비중과 가치를 평가하는 건 온당치 않으며, 인과관계 속에서 재해석돼야 함을 줄기차게 부르짖고 있다. 부마 민주항쟁과 5.18을 잇는 것이야말로 5.18의 정신을 구현하는 일임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5.18이 부마 민주항쟁의 결과였다면, 7년 뒤에 일어난 6월 민주항쟁의 원인이기도 했다. 당시 광장에서 울려 퍼진 '호헌 철폐, 독재 타도'라는 구호 속에 '5.18 진상규명'이라는 외침이 줄곧 이어졌다. 항쟁은 '5공 청문회'라는 열매를 맺었고, 몇 해 뒤 광주 학살의 주범인 전두환과 노태우를 나란히 법정에 세웠다. 기실 1980년대의 숱한 민주화운동은 '5.18 알리기'였다.
언젠가 한 아이는 민주화운동이라는 교과목을 따로 만들어 배워도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피력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을 아무리 밟아도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나 대지를 덮는 잡초에 비유하면서, 대한민국의 '대표 상품'이라고 표현했다. 민주화 항쟁이 계속되고 있는 미얀마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우리나라를 민주화를 이룬 모범 국가로 손꼽고 있다는 거다.
맥 끊기 시도
아이들도 자랑스러워하는 민주화운동을 흠집 내지 못해 안달하는 정부의 모습이 당황스럽다 못해 황당하다. 그중 5.18을 문제 삼는 건, 4.19 혁명으로부터 6월 민중항쟁을 지나 촛불 혁명으로 이어지는 민주화운동의 맥을 어떻게든 끊어보려는 심산이다. 더욱이 대법원의 판결까지 난 사안인데도 여전히 '북한군 침투설' 등 가짜뉴스가 횡행하는 현실을 활용해보려는 거다.
5.18을 반란이라고 규정하며 왜곡과 폄훼를 일삼아온 자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된 상황에서 교육부의 '교육과정 5.18민주화운동 삭제' 조치는 당연한 수순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진실화해위원장과 교육부장관이 '오월 정신을 반듯이 세우겠다'는 대통령에 맞서 항명한 모양새가 됐다.
더욱 참담한 건, 언론에 보도되자마자 '의도적 삭제'가 아니라고 발뺌하더니, "'교과용도서 편찬 준거'에 '5.18 민주화 운동'과 함께 주요 역사적 사건을 반영해 교과서에 기술될 수 있도록 하겠다"(이주호 교육부장관)고 밝힌 교육부의 뻔뻔한 행태다. 끊임없이 5.18을 욕보이려는 극우 세력들을 통제하고 단죄하기는커녕 인면수심의 그들에게 정부가 되레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됐다. 여론을 떠보며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전형적인 갈라치기 수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