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민다나오섬 제너럴 산토스 시의 한 야적장에 방치된 부영주택의 폐기물 모습.
오마이뉴스
화학비료공장 부지에서 나온 유해폐기물을 필리핀으로 수출했다가 필리핀 당국으로부터 수입 금지와 한국 반송 조치를 받은 적이 있는 부영주택의 또다른 유해폐기물이 필리핀 민다나오(Mindanao)섬 제너럴 산토스(General Santos) 시에 4년 이상 방치되고 있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의 취재에 따르면, 필리핀의 물류업체인 JY엔터프라이즈는 민다나오섬의 제너럴 산토스 시에 부영주택의 폐기물을 지난 2018년 9~10월부터 보관해오고 있다. 이 폐기물은 부영주택이 지난 2003년 아파트 단지를 짓기 위해 매입한 옛 진해화학 비료공장 부지에서 나온 것으로 필리핀 바나나농장의 토양개선제로 쓰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애초 수출이 불가능한 유해폐기물로 확인되자 현지 수입업체에서는 인도를 거부했고, 화주(貨主, 화물의 주인)인 부영주택이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유해폐기물은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4년 이상 방치돼 있다.
이러한 유해폐기물의 수출과 장기간 방치는 바젤협약(Basel Convention, '유해폐기물의 국경을 넘는 이동 및 그 처분의 규제에 관한 바젤조약') 위반 가능성이 커서 국제적 환경문제, 한국과 필리핀 간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바젤협약이란 유해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과 교역을 규제하는 협약으로 지난 1989년 3월 22일 유엔환경계획(UNEP) 후원 아래 스위스 바젤에서 채택됐다. 바젤협약은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이 선진국의 폐기물처리장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한국은 지난 1994년 2월에 바젤협약에 가입했고, 같은 해 5월부터 '폐기물의 국가간 이동 및 그 처리에 관한 법률'을 시행했다.
하지만 부영주택측은 "유해폐기물이 아니고,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수출이 완료된 것"이라고 반박했고, 부영주택으로부터 폐기물 처리를 하청받은 금송이엔지는 "폐기물을 수출한 삼원환경이 책임지고 처리해야 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018년과 2019년 필리핀 당국은 필리핀에 수출된 부영주택의 폐기물을 '국가간 이동이 불가능한 폐기물'로 판정하고 통관과 하역을 불허했으며 한국 반송 조치를 내렸다. 부영주택의 폐기물을 필리핀에 운송한 덴마크와 한국의 선박들은 몇 개월 동안 압류됐다가 풀려났고, 일부 중국 선박은 몰수 결정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덴마크의 선박회사 인테그리티 벌크(Integrity Bulk)는 국가간 이동이 금지된 유해폐기물을 필리핀에 보낸 혐의('폐기물 관리법 위반')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이용학 부영주택 대표 등을 창원지검에 고소한 바 있다(2020년 9월). 인테그리티 벌크는 고소장에서 "부영이 선적한 폐석고는 국제법상 국가간 이동이 금지된 유독성 폐기물인데, 해당 화물이 유독성 폐기물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필리핀 현지로 운송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한 중국 선박회사도 지난 2019년 11월 부영주택의 폐기물 5만 톤을 필리핀에 운송했다가 필리핀 당국으로부터 선박 몰수 조치까지 당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을 검토했다는 보도도 나왔다(관련기사 :
"폐석고 운송 혐의로 선박 몰수"... 부영그룹 또 피소 위기
https://url.kr/9hu125).
필리핀 바나나농장의 토양개선제로 수출된 폐기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