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요인조사 후 컨베이어벨트를 교체할 때는 회사 뿐 아니라 노동자들도 설득해야 했다.
도드람푸드 지회
- 현장 실천단의 활동 시간을 회사로부터 보장받기로 했었는데 막상 교육하고 활동하려니까 회사에서 굉장히 당황스러워했던 기억이 나요. 실천단도 작업에서 빠져야 하니 동료 눈치도 보였을 것 같아요.
이미호 : "눈치가 진짜 많이 보이더라고요. 처음에 얘기할 때 충분히 시간을 준다, 빠져도 된다고 얘기했는데, 인원이 더 투입된 게 아니고 고정된 인원이잖아요. 라인에서 빠져서 일하는 모습 사진 찍고 할 때 눈치가 많이 보이더라고요. '뭐 그렇게 대단한 것 한다고'하는 뒷담화가 들릴 때 진짜 많이 속상했어요. 개선되고 나서도 생각이 양 갈래로 갈라지는 것 같아요. 한쪽은 개선이 된다고 하고, 다른 쪽은 조사만 하는 거지 별수 없다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변화된 뒤에는 너무 뿌듯해요. 일단 동료들이 약 먹는 숫자가 줄었어요. 전에는 쉬는 시간에 현장에서 올라오면 이거 쥐약이야, 마약이야 이러면서 진통제들을 다 먹었어요. 물론 노동 강도가 여전히 세니까 파스는 지금도 붙이지만, 확실히 진통제 먹는 게 줄었어요."
- 2019년 근골조사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느끼나요?
오홍석 : "노동조합 생기고 근골조사 전까지만 해도 큰 사고 아니면 거의 산재가 없었죠. 근골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도 산재 신청하면 승인이 될까 하는 우려가 많았어요. 두 분 부지회장님이 솔선수범으로 산재 신청해서 승인이 났어요. 이후 3년 동안 약 20건 정도 산재신청했고, 100% 승인되었어요. 서서히 '그럼 나도 산재 신청할 거야.'로 분위기가 바뀐 것 같아요. 산재 신청하는 과정도 그 과정에서 배웠고요. 제일 큰 힘을 받았던 것은 근골조사 결과를 근로복지공단에서도 다 알고, '도드람푸드 하면 이 결과가 있어, 이거면 충분하다'라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워낙 산재 신청자가 많다 보니 공단에서 수시로 현장 실사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개입하는 거를 현장조합원들이 직접 목격하니까 더 믿음을 갖는 것 같아요. 산재 신청하는 거에 부담이 많이 줄었던 게 제일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 조사 결과가 심각하게 나오자 회사 측에서 인정하기 어려워했다가 결국 받아들이고 매월 노사협의회 협의를 통해서 개선까지 추진 중이신데요, 이 과정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권우봉 : "근골조사를 끝마치고 나서 우리도 건강하게 일하자는 인식의 변화가 있었어요. 우리가 주체가 됐다는 의식도 생겼고, 회사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인식한 것 같아요. 우리가 현장에서 "뭐가 문제고, 무엇이 개선 사항이다"라고 했을 때 회사에서 안 된다고 한 적이 거의 없을 정도였어요. 사고가 발생하면 임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열어 노사 간 조사를 하고 대책 마련을 해요. 노조가 예방대책이 뭔지를 먼저 회의하고 그것을 제시하여 앞서가는 노조 안을 제시하면 회사에서는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죠."
오홍석 : "중요한 것은 교육인 것 같아요. 교육받은 것을 현장에 접목시켜 그대로 실천했던 것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 힘이 조합원인 거고. 조합원이 다수가 아니면 힘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 2022년 올해도 근골조사를 준비하고 계십니다. 올해 목표는 무엇으로 삼고 준비하고 계신지요?
오홍석 : "2019년은 집행부에서 교육을 통해 의식을 깨우치고 변화를 실천했다면 2022년은 집행부뿐만 아니라 현장조합원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할 것 같아요. 2019년 조사 이후 변화된 현장을 수치화한 데이터로 조합원들과 공유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난 조사 설문에서 적정 두수가 평균 730두라는 점을 수치화했듯이, 현장의 변화된 모습을 객관화해서 확인하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해요."
이미호 : "처음에는 여유 없이 시키는 것만 했었잖아요. 이제는 직접 눈으로 찾을 수 있는 여유가 좀 생긴 것 같아요. 더 많이 느껴지니까 세심하게 더 많이 물어보고 더 많이 살펴 보고 해야 할 것 같아요."
권우봉 : "인권적인 노동 환경을 만드는 몇 가지 요건들이 있잖아요. 여태까지는 일 자체를 적게, 천천히 하자가 초점이었는데, 지금은 양적, 질적으로 어떻게 좋은 휴식을 취하고 일할까, 점심시간은 어떻게 보내는 게 좋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수시로 조합원들이 노조 사무실에 다녀갔다. 현장과 조합원 계속 소통하는 힘이 2019년 근골조사 및 이후의 3년을 현장에서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조합원들과 함께 대안을 만들어가는 도드람푸드 지회의 근골조사에 관심이 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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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골조사 이후, 동료들이 약 먹는 횟수가 줄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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