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째로 전시공간이 된 빈집윤보연 작가가 전시 공간으로 선택한 빈집의 입구. 부여 규암면 신리마을 빈집
오창경
'Invaluable-인생수업'이라는 제목이 붙은 전시회장에 갔다. 충남 부여 규암면 신리마을 빈집에 설치 미술 작가인 윤보연이 기획한 전시였다. 전시 초대장에는 '따로 갤러리는 없습니다. 빈집이 전시장입니다'라고 써 있었다. 뭔가 이채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신리마을은 지난해 '마을이 박물관'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곳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이런 전시 기획을 받아들일 기본기는 갖춰진 곳이었다. 글, 사진, 영상, 음성으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고 빈집 안에 전시해 놓았다. 전체적인 흐름이 '인생 수업'이라는 주제를 따라 가게 해놓았다.
누군가 살았던 옛집 공간에 글이 있었고 영상이 흘렀고 음성이 들렸다. 부서져 있으면 부서진 그대로 얼룩지고 찢어지면 찢어진 대로 자연스럽게 세월이 지나간 자리에 작품이 있었다. 진작에 시인이 이름을 불러주어서 꽃이 되었다고 주장한 것처럼, 내가 설치하고 의미를 부여했으니 작품이라고 우기는 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