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임시보호 강아지 '스위티'
유지영
그 강아지는 몇 달 뒤 좋은 가족을 만나 입양을 갔다. 운이 좋게도 입양자는 내 지인이기도 했기에 나는 입양자에게 전화를 걸어 강아지를 다시 만날 수 있느냐고 물었고, 약속을 잡아 그 집에 방문했다. 강아지는 연신 점프를 하면서 내 얼굴을 몇 번이고 샅샅이 핥았다. "임보자를 아직 기억하나봐요!" 입양자는 미소를 지었다.
강아지 두 마리를 차례로 입양보내고 나서 다들 내게 운이 좋다고 그랬다. 임보했던 강아지 두 마리가 모두 한국으로 입양을 갔지 않았느냐면서 말이다. 나는 원하면 언제든 차를 타고 가서 이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캐나다 체크인>에도 나오듯 모두가 나처럼 운이 좋은 건 아니다. 내 친구는 임보했던 강아지를 미국으로 보내야 했다. 그는 한동안 강아지를 입양보내고 나서 수건을 들고다녔다. 그 강아지 생각이 날 때마다 눈물이 나는데 휴지로는 닦을 수 없을 정도의 양이었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그 강아지를 보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임보를 시작했다.
임보는 피곤한 일이다. 특히 어린 강아지의 경우 입양포털인 '포인핸드'나 SNS 등을 통해서 입양 홍보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사회화 시기를 놓치지 않고 교육을 시켜야 한다. 하지만 모른 척 하기 쉽지 않다. 임보마저 하지 않으면 그 강아지의 생은 뜬장 안에서 끝날 확률이 높다. 임보는 그 강아지에게 따뜻한 집과 함께 입양 가능성을 보다 넓게 열어주는 일이다.
장기로 임보를 하기 어렵다면 혹한이나 혹서에 잠시라도 임보를 할 수 있다. 혹은 미국이나 캐나다, 유럽으로 갈 때 이동봉사를 해도 좋다. <캐나다 체크인>에 자세하게 나온 것처럼 이동봉사는 추가로 돈을 낼 필요 없이 공항에 출국 한 시간 전에만 일찍 도착해서 강아지의 임보자들과 만나면 된다.
당신에게는 작은 행동일 수 있지만 가족을 만나려는 강아지들에게 그 행동은 삶이 바뀌는 일이나 다름 없다. 임시보호처나 이동봉사자를 구하지 못하면 강아지들의 입양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게 된다.
힘들어서 이제는 임보를 못할 것 같다고 말하지만 나는 다음 임보를 언제쯤 하면 좋을지 자꾸만 기회를 엿보고 있다. 내가 한 마리의 강아지에게 잠깐 집을 빌려줘서 그 강아지가 가족을 만날 수만 있다면 나는 임보를 몇 번이고 다시 해보려 한다. 무엇보다 이제는 좋은 가족을 만난 사랑스러운 두 강아지의 '임보자'여서 기뻤다. 이들을 임보했던 건 내가 2022년 한 해 동안 가장 잘 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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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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