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와 대마초> 신의 선물인가 악마의 풀인가
출판사 소동
- 오랜 시간 농업협동조합중앙회에서 근무했다. 어떻게 농업 분야 전문가가 대마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까.
"농협은 농업을 다룹니다. 농대를 졸업하고 농협에 근무한 만큼 농산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죠. 현직에 있으며 지구 온난화와 무차별적인 개발로 많은 식물이 멸종되어 가는 요즘, 어떻게 해야 농업이 부흥할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2019년 발간된 닐 도날드 월쉬의 <신과 나눈 이야기>라는 책을 읽게 됐습니다. 그 속에서 신이 인간에게 내린 식물 중 가장 유익한 게 바로 대마라고 말했다는 구절을 보고 놀랐습니다. 식물 중에서도 최고라는 대마가 왜 불법화된 건지 물음표가 생겼죠. 그렇게 대마를 연구하는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 한국은 마약에 대한 적대감이 큰 국가다. 그 속에서 마약과 대마를 연구하며 느낀 부담이나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물론 주위로부터 우려의 시선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대마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도, 사람들 인식에 의해서도 마약이니까요. 하지만 법을 읽어 보니 단순히 대마에 대해 공부하거나 이야기한다고 처벌받지는 않더군요. 이제는 국가의 가스라이팅으로 오명을 쓴 대마의 합법화를 제 소명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대마에 대해 가스라이팅 했다'라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대마초가 수면 위로 드러난 첫 시점은 1970년대 박정희 정권 집권 당시였습니다. 1975년, 당대 젊은이들에게 사랑받던 연예인들이 줄지어 대마초를 이유로 구속됐습니다. 하지만 어디에도 '대마초가 왜 나쁜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죠.
정부가 국민을 규제하고 통제하는 과정에서 대마초는 나쁜 것이 됐고, 대마초를 피운 것은 범죄로 낙인찍혔습니다. 정부에 의해 대마초가 혐오 식물로 집단 최면, 가스라이팅 된 과정입니다. 다른 나라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마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과학이 말해야 하는데, 그동안 정치가 말해온 것이죠."
- 그렇다면 과학으로 밝혀진 대마는 마약이 아니라고 봐야 하나요.
"대마에 있는 480가지의 성분 중 도취를 일으키는 것은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이 유일합니다. 이 때문에 대마가 불법화되고 마약으로 낙인찍힌 것이죠. 하지만 대마는 '소프트 드러그(Soft drug)'이고, 그 도취 효과는 몸이 나른해진다고 느끼게 만드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한국 사회가 생각하는 '진짜 마약'과는 거리가 멉니다.
실제 연구를 통해 잘못된 오해들이 밝혀졌고, 유엔도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2020년 고위험 마약류인 4등급 리스트에서 대마초를 빼기에 이르렀죠. 1975년 WHO가 내린 정의에 따르면 마약은 '의존성' '내성' '금단증상'을 갖춰야 하고 '나뿐 아니라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1994년 미국 국립약물중독연구소연구의 잭 헤닝필드 박사(Dr. Jack E. Henningfield)가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대마는 술과 담배보다 유해성이 훨씬 낮고 의존성, 금단현상, 내성 같은 부작용도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대마를 마약류로 분류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것이죠.
게다가 과학 기술이 발달한 요즘에는 THC 성분을 완전히 제거하거나 도취를 일으키지 않는 정도만 남기는 것이 가능합니다. 고로 산업이나 의료 영역에서 쓰임새와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대마를, 사실상 유해성이 낮은 THC 성분 하나 때문에 불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죠.
산업적으로 대마는 옷, 자동차, 건축 자재, 화장품을 포함해 5만여 가지 상품으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심지어 친환경적이죠. 생분해성인 대마 속대로 일회용 플라스틱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습니다. 의료적으로도 에이즈, 불면, 통증 등에 도움이 되고 뇌전증, 경련 환자의 발작 증세 완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합니다. 미국 내 대마초가 완전 합법화된 주에서는 전년 대비 일반 제약 매출이 11% 감소할 만큼 (각종 질병에) 효과적이고 부작용도 없는 게 대마입니다."
- 대마가 의료, 산업 용도를 넘어 성인 오락용으로까지 허용되는 완전한 의미의 합법화를 이루는 것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계십니까.
"오락용 대마도 언젠가는 합법화될 겁니다. 한국 정서상 시기가 늦춰질 수는 있겠지만요. 종교를 가진 개인 입장에서는 오직 오락만을 목적으로 허용하자는 것에 적극적인 찬성 표는 던지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인간은 자유로운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도 개인의 몫이라고 봅니다. 물론 개인, 사회, 국가에 악영향을 끼치는 아편, 헤로인 등 강력한 마약에 한해서는 국가가 오남용되지 않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산업용과 의료용 대마 합법화는 빠를수록 좋습니다."
"강력한 마약과 대마는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