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연수익률
봉주영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온투업체)는 개인과 개인 간 P2P(Peer-to-Peer) 대출을 연결한다.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 대출을 신청하면, 투자자들이 그 자금을 빌려주고 대가로 이자를 받아가는 식이다. 중·저신용 상태의 이용자가 적지 않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만큼 추가 대출을 원하는 개인들 또한 P2P 대출로 몰린다.
온투업체인 데일리펀딩 온투나우에 따르면, 현재 금융당국에 온투업체로 신고된 49개 회사의 대출잔액은 1조 3610억 원에 달한다.
국내 대표 온투업체인 A업체는 이달 대구에 있는 한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대출만기를 연장하기 위해 7000만 원의 투자를 중개했다. 투자자의 이목을 끈 건 높은 이자율. 부동산 권리는 후순위였지만 채무자가 지고 있던 빚이 7000만 원을 더해도 담보물인 아파트 가치보다 적어 '안정권'으로 보였던 데다, 연간 15.2%에 달하는 이자에 투자가 삽시간에 마감됐다.
그런데 채무자가 이 아파트를 담보로 진 빚은 만기 연장하는 7000만 원이 다가 아니었다. 등기부등본을 들여다보니 채무자는 올해 A업체를 통해 약 6600만 원의 돈을 추가로 빌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등본상 후순위에 기록된 내용이다. 해당 아파트의 근저당권 설정 금액을 모두 더하면 총 5억1370만 원. 담보 가치(5억 3500만 원)의 96%에 달했다. 사실상 채무자가 한계에 몰려 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연 이율16%" 상품의 정체
일부 온투업체가 높은 금리를 앞세워 부실 위험이 높은 주담대 상품의 만기를 연장하고 신규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 만기연장이란 채무자가 1년 전 해당 업체를 통해 주담대를 받았지만, 약속했던 만기까지 돈을 갚지 못해 기간을 연장하게 됐다는 의미다.
앞서 A업체는 지난 11월 초에도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7억 3000만 원대 아파트로 주담대를 받으려는 채무자에게 2억 3000만 원의 투자금을 중개했다. 해당 상품에도 '만기 연장'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A업체는 주담대의 유효담보비율과 고시담보비율을 각각 72.55%, 87.8%로 명시했다. 부동산 담보 가치보다 빚이 적어, 수치상으론 안전 범위 내였다. 연 수익률도 16.2%에 육박해 투자는 금세 마감됐다.
유효담보비율이란 해당 상품을 통해 모집할 주담대 금액과 선순위 채권자의 몫, 해당 주택의 임차 보증금을 합한 값을 담보물(아파트)의 가치로 나눈 수치다. 고시담보비율은 앞선 '분자'의 세 항목에 최우선변제·소액임차보증금을 더한 값이다. 채무자가 지고 있는 빚과 담보로 걸어둔 담보물의 가치를 비교한 값으로, 투자자 입장에선 낮을수록 좋다.
그런데 등기부등본을 살펴 보니 채무자는 해당 대출 건 이외에도, 올해 A업체를 통해 이미 1억 원 넘는 주담대를 받은 상태였다. 추가 대출은 '후순위'로 잡혀 있었다. 그보다 순위가 앞서는 만기연장 상품에 투자한 이들로선 등기부등본을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채무자의 부실 정도를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같은 담보물로 근저당 잡힌 금액을 모두 더해보니 7억 7750만 원. 부동산 감정가 100%를 이미 넘긴 상황이었다. 채권이 부실해져 경매로 넘어갈 경우, 후순위 채권자는 원금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 모든 상황을 알면서도 A업체는 신규 투자자를 모집해 채무자가 진 빚의 만기를 연장했다. 상품 소개 페이지엔 '자체 평가 기준에 따른 결정'이라는 문구도 달려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동산 가치마저 하락하고 있다. 네이버 부동산에 따르면,
같은 동 같은 평형의 매물이 최근 7억 원에 거래됐다. 투자를 모집했던 당시보다 담보 가치가 줄어들면 유효담보비율과 고시담보비율은 그 만큼 오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