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계 위해서 좌절하다열심히 운동했지만 전혀 빠지지 않는 살에 마음이 꺾였다.
신재호
코로나로 인하여 대중목욕탕을 한동안 가지 못했었다. 이미 코로나에 걸렸었기에 몸의 변화도 확인할 겸 주말에 시간을 내서 갔었다. 탈의실에 옷을 넣고 떨리는 마음으로 네모난 체중계 앞에 섰다. 심장이 주체 없이 쿵쾅거렸다. 실눈을 뜨고 파란색 숫자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드디어 00.0kg이란 소수점 자리까지 공개가 되었다.
순간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정말 단 1g도 빠지지 않고 지난 연말 몸무게 그대로였다. 지난 5개월의 노력이 모두 수포가 되었다. 한동안 계기판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몸 안에 주체 없이 끓어오르는 열을 식히고자 계속 냉탕 속에서 머물렀다. 차가운 물마저 미지근하게 느껴졌다.
포기해 버릴까. 아내 말처럼 생긴 대로 살까. 살을 빼리라는 의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자리는 꺾인 마음만 남았다. 괜히 저녁에 폭식만 했다. 어딘가에는 분한 마음을 풀어야 살 것 같았다. 퉁퉁 부은 몸으로 침대에 누웠다. 배가 차서인지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그간의 시간을 돌아보게 되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운동보다는 음식이 문제였다. 초반에는 점심 대용으로 삶은 달걀이나 고구마 등을 싸갔는데 귀찮기도 하고 먹을 시간도 없어서 나중에는 아예 굶었다. 오후가 지나면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그때 눈앞에서 나를 유혹하는 사악한 무리가 있었으니 바로 회사 탁자 위 간식들이었다.
과자, 사탕, 초콜릿 등등 정신없이 입에 넣으며 주린 배를 달랬다. 어디 그뿐이랴. 저녁도 많이 먹게 되었다. 반찬부터 서둘러 먹기 시작하면서 밥양까지 전보다 1.5배 정도는 되는 듯했다. 그래도 주중에는 꾸준히 운동했으니 어느 정도 상쇄가 되었으나 주말이 문제였다.
이상하게 소파와 한 몸이 되어 움직이기 귀찮았다. 만 보는커녕 이천 보도 걷기 힘들었다. 그리고 자극적인 음식이 당겨서 하루는 반드시 피자, 떡볶이, 라면 등을 먹었다. 주중과 주말의 몸무게 차이는 1~2kg은 족히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