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포원 나무테크 길나무데크 길은 휠체어 이용에 최적이다.
김연순
건물을 드나들 때 자동문은 편안하지만 손잡이를 밀어야 하는 경우 혼자서는 힘들다. 힘껏 밀어도 조금 밖에 안 열리고 금세 닫혀 버린다. 누군가 와서 문을 열어주고 내가 나갈 때까지 잡아 주어야만 한다. 나는 혼자서도 하고 싶은데 그건 자동문이어야만 가능했다.
휠체어로 생활하는 동안 지인들이 수시로 찾아와 도움을 주었다. 온갖 나물 반찬에 각종 조림에 김치까지. 심지어 어떤 친구는 파스타까지 만들어 왔다. 집에만 있으면 답답할 거라고 휠체어 밀며 동네 산책도 시켜주었다. 정기적으로 병원도 데려가 주었다. 평일엔 학교 갈 때 빼고는 거의 집에 있는 작은 아들이, 밤과 주말엔 남편이 고생을 많이 했다. 친구들도 가족들도 고마웠다.
일정상 제주에 머물러야 했을 때도 지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찌 견뎠을까 싶다. 소소한 집 정리는커녕 혼자서 밥을 차려 먹기도 어려웠다. 지인들은 푸짐하게 잔뜩 싸들고 와서 음식을 만들어 주었고 청소도 빨래도 해주었다. 차를 태워 오가며 바닷바람도 쐬게 해주고 귤밭의 귤향기도 맡게 해주었다. 마음 깊이 고마웠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받은 도움은 특히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7주간의 깁스 생활 마치고 지금은 물리치료 받으며 목발 짚고 걷는 연습 중이다. 평소 장애인 인권에 관심을 갖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막상 교통약자가 되어 보니 몰랐던 것, 전에 안 보이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누구나 살면서 장애를 겪을 수 있다. 나이가 들어 언젠가는 누구나 장애를 겪는다. 휠체어 리프트는 모든 항공사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 되어야 한다. 휠체어 대여 역시 전국의 모든 지자체에서 쉽게 이용 가능해야 한다.
전철역에 엘리베이터가 생기니 나 같은 교통약자 상태의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 덕에 나도 그 혜택을 누린다. 장애인을 위한 것은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두 번에 걸친 글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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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생태, 평화, 인권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 왔으며 현재 제주에 살고 있다. 섬과 뭍을 오가며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는데 시간을 보내는 삶을 만끽하는 중. '홍시'라는 별칭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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