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슬리 닭가슴살 파스타
정누리
집에 돌아가서 혼자 파스타를 해먹어봤다. 대충 배달 음식을 시켜먹고 싶었지만, 탁자에 놓인 풀때기를 외면할 수 없다. 오, 진짜 생파슬리를 넣으니까 시원하고 개운하다. 어째 트레이너의 자취 생활이 옮는 기분이다.
반대로 내가 그에게 알려준 것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은 '케이크'다. 그는 직업 특성인지, 자취를 하기 때문인지 바깥 음식에 대해 잘 몰랐다. 알고 계신 건 카레, 파스타, 장어가 전부였다. 오히려 난 자취를 하기 때문에 밖에서 친구들과 간단히 밥을 해결했고, 또 여행을 자주 다녀 음식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한 날은 "도지마롤 모르세요? 도지마롤. 한동안 엄청 유행한 롤케이크인데." 선생님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이다. 그리곤 다음 수업 때 별안간, "회원님. 도지마롤? 그 케이크 엄청 맛있던데요"라며 상기된 얼굴로 말한다. 그렇게 빛나는 눈은 처음이다. 당 충전된 저 표정을 보라.
헬스 트레이너에게 디저트를 소개 시켜준 것이 약간 맘에 걸리지만, 저렇게 기뻐하시는데. 뭐. 난 그날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디저트 정보를 다 쏟아부었다. 선생님이 근육의 모든 정보를 알려주듯이. 도지마롤, 르타오 프로마쥬, 한스케이크, 아띠제 등등등…. 때문에 우리의 대화방은 운동이 아닌 '음식 정보'만 가득하다.
당연한 사실을 이번에 또 깨닫는다. 자취를 하는 사람들은 다들 '자취생'이라는 단어에 묶여 있지만, 그 안에는 백이면 백 다른 생활 방식이 있다는 것을. 곧 6~7개월 간의 PT 수업이 마무리된다. 마지막 수업 땐 생 파슬리의 보답으로 조각 케이크를 사다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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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 트레이너는 최고급 보충제만 먹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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