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담장사람 키의 세배나 되는 돌 담장을 지나고, 두개의 해자(못)를 건너야 멀리 보이는 천수각에 다다른다.
이윤옥
도요토미 히데요시라고 하면 한국인들은 430년 전에 임진왜란을 일으켜 조선에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준 인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도 그런 인물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그의 전기(傳記) 들을 접하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그가 자신의 후계자로 내세운 조카 곧 누나의 아들로 이름은 히데츠구를 역모죄로 몰아서 할복자살하게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그의 부인과 어린 자식들을 포함한 일가(一家) 39명을 교토 시내에서 공개 처형하고 자른 목을 나무에 매달아 놓는 잔학성을 보인 일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렇게 후계자를 잔학하게 죽인 것은 그가 57살 되던 해에 아들 히데요리가 태어나자 마음이 바뀐 탓이다.
당시의 상황을 비교적 자세히 기록한 책 <타이코기>(太閤記)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처형대 위에 올라, 어머니의 손을 잡고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을 보고 눈물짓지 않는 자가 없었다"라고 전해진다. 1명도 아니고 조카네 일가 39명을 참수(斬首)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잔학성을 이야기하지 않고 성(城)의 겉모습만 훑어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나에게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