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강아지 '잡채'우리 집 강아지, 귀염둥이 강아지
한현숙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1500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생활 수준 향상과 함께 반려동물에 대한 생각이 나날이 달라지고, 키우는 이들과 키우지 않는 이들의 입장 차이가 민감하게 드러나는 세상이다. 입양 후 관리가 미흡하거나, '입양'이 아닌 펫숍에서 '샀다'는 이유로 유명인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도 많다.
'잡채'를 맞이하던 2018년을 돌아보니 초보 견주로서 가슴을 쓸어내릴 만한 어설픈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강아지 '잡채'를 키우는 4년 동안 나의 생각과 행동도 많이 변화했다.
대부분 입양 목적이 그렇듯이 우리 가족, 사람을 위한 입양이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막내가 이런저런 이유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아이의 제안을 받아들여 강아지 키우는 일을 허락한 것이다. 지식도 없이,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받아들인 강아지 '잡채'가 이리 내 인생의 기쁨이자 활력소가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하고 아리송한 것 투성이었다. 강아지가 뭐라고 내가 이리 시간과 돈을 써가며 애를 쓰는가! 내가 지금 기울이는 사랑과 정성이 과연 나에게 가치로운 일인가! 나중에 강아지가 늙고 병들 때 혹시 내가 책임을 회피하는 견주가 되면 어쩌나! 수백만 원이 넘는다는 동물 수술비를 마련하면서 아까워하는 마음이 들면 어찌할 것인가!
나의 사랑을 증명할 만한, 내 사랑의 합당한 당위성을 찾기 위한 이유가 필요했다. 내가 가질 득과 실을 꼼꼼히 따져 플러스가 되어야만 키울 요량인 것처럼 요모조모 계산하느라 분주했다.
그러나 이제 '나'를 위함에서 '동물'을 위한 입양으로 강아지를 키우는 목적을 바꾸니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강아지에게 보다 깨끗하고 안전한 견생을 마련하기 위한 입양이라고 생각하니 기쁨도 부담도 함께 감당할 힘이 생겼다. 아침마다 따끈한 털북숭이를 쓰다듬으며 말을 건넨다.
"사랑해, 너를 행복하게 해 줄게! 고마워."
"사람도 먹을 게 없는데 개에게?" 또는 "개팔자가 상팔자야, 쯧쯧"이라며 반려견주들을 비하하거나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처럼 싸잡아 매도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당연 인간, 사람이다. 어느 무엇이 사람보다 우선이거나 귀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모든 인간이 다 먹고 나서야, 또는 굶주리는 모든 인간을 구하고 나서야 다른 생명으로 눈을 돌린다면 세상은 극단적인 위험에 빠지고 말 것이다.
인간을 구하는 동시에 짬짬이, 인간을 위하는 틈틈이 다른 생명에게도 관심을 기울이고 보살펴야 골고루 행복해질 수 있지 않겠는가! 순서만을 따지느라 고집부리는 사이에 소중한 생명이 죽어간다면, 인간만이 최고라는 독단에 빠져 다른 생명을 살릴 기회를 놓친다면 너무 답답한 일이 아니겠는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밑바탕이 되어야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는 사상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위급한 상황에 빠진 생명을 구하는 일은 사람이고 동물이고 가리지 않아야 한다.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기본이 굳건하게 자리 잡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