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윤섭 옥천군의원순환버스를 설명하시는 군의원
환경정의
안남면 도서관 마을버스는 주민 자치적으로 운영됐다. 노선과 정류장도 주민들 의사에 따라 결정할 수 있었다.
"도서관을 지어 놓으면 아이들이 누구나 다 이용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교통수단이 없으니까 이용할 수 있는 아이들이 한정되는 거예요. 도서관 운영이 끝난 저녁 시간에 부모가 와서 아이들을 태워 갈 수 있는 아이들만 이용이 가능한 거죠.
할아버지하고 사는 아이들,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어려운 아이들은 이용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도서관 마을버스가 도서관에 노는 아이들을 태우고 아예 마을 면 한 바퀴를 돌아서 가가호호 들러 다 내려줬어요. 그렇게 아이들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한 거죠." (송윤섭 군의원)
그는 주민들이 욕구에 맞게 대중교통을 운영하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버스 공영제가 실현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버스 운영의 목적이 이익 창출이 아니라, 주민의 편익 제공을 위해서 운영되어야 하죠. 실질적으로는 네 면을 넘나들 수 있는 교통 체계가 가능해야 지역 관광도 활성화시킬 수 있고요. 그런데 대부분 지역 내에서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다 자가용 이용자이기 때문에 대중교통의 실상을 일상적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대중교통이 교통 약자만의 문제를 넘어 지역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일임을 공론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는 문제해결의 핵심은 주민 자치에 있다고 본다. 마을 순환 버스의 도입도 노선을 결정하는 등 전반적인 운영과정에 주민의 의견과 사정이 담겨야 효율적인 관리와 공동체의 응집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버스 공영화, 마을 순환버스가 시행하더라도 행정 중심으로 노선이나 운행 시간이 결정돼 버리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려워요. 마을버스는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공공시설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귀가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까지도 다 담보를 해줘야 되거든요. 그러려면 면단위별로 다 다른 사정이 잘 반영되어야 해요."
옥천 주민들이 대상화된 존재가 아닌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될 때, 불편한 대중교통의 문제도 기후위기도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심층 인터뷰를 참여해준 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지방에 사는 그 자체만으로 서울 주민보다 교통부문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가해자이자 대중교통이나 문화적 인프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피해자라는 이야기에 어떤 입장이세요?'
"비수도권 주민이 서울에 거주하는 주민보다 1인당 교통부문 온실가스를 더 배출한다는 통계를 들었을 때는 굉장히 의외였어요. 농촌에서 살고 있는 내가 기후위기의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아닐 거라고 생각하면서 살았거든요."(송윤섭 군의원)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자가용이 많아요. 주차할 데가 없어서 막 빙빙빙 돌아다녀. 그러다 보면 배출가스가 막 나오죠. 그런데 젊은 사람들에게 옥천에서 자가용 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할 수 있을까 하면 그건 쉽지 않아요. 불편하니까요." (홍순자, 81세)
"어느 지역의 청년이든, 청소년이든 문화생활을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시설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이동권이 제대로 잘 보장이 되어야 하고요. 그런데 지방에서는 교통이 불편하다보니까 어쩔 수 없이 택시나 부모님 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건 지방의 청소년이 선택한 문제가 아닌 거죠.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 청소년들보다 지방 청년, 청소년이 어쩔 수 없이 온실가스를 좀 더 많이 배출할 수밖에 없어요. 저희가 선택하지 않은 문제로 가해자라는 소리를 듣는 건 부당하죠. 피해자라고 하는 것도요. 이분법적으로 대상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청소년, 청년을 문제를 풀어내고 대안을 제시하는 해결의 주체로 보셨으면 좋겠어요." (김은하 청소년참여위원회장)
교통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 제안이나 논의 과정에서도 기후시민인 지역 주민 당사자의 목소리가 배제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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