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우리 집 사정에 맞게 직접 만든 가계부
최윤애
가계부를 통해 내 소비가 고스란히 상대에게 노출되니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지출이 신경 쓰일 때가 있다. 남편도 그러했는지 세 번째 방법인 '용돈제'를 제안했다. 각자의 용돈 통장에 매달 20만 원이 입금됐다. 얼마 되지 않는 액수지만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어 좋았다. 남편은 그 용돈을 모아 결혼기념일에 내게 선물을 하기도 했다.
햇수를 거듭하며 개별 용돈은 40만 원으로 상향된 상태다. 때론 용돈으로 생필품도 사고 아이들 물건도 산다. 어디에 쓰던지 그건 내 마음이다. 엄마가 그러했듯 나도 내 손으로 돈을 벌기 전까지 매번 아빠에게 돈을 타 썼다. 돈을 받을 때마다 미안하고 번거로웠다.
용돈은 미리 정해진 금액을 받는 거라 눈치 볼 필요가 없다. 잔고를 고려해 소비를 계획, 조절하니 합리적 소비가 된다. 이 좋은 걸 자랄 때 하지 못해 아쉽다. 결혼 9년 차, 이따금 남편은 저축액을 정산 보고하고 나는 주억거리며 듣지만 곧 잊는다.
남들 기준에는 아닐지 모르지만 내 기준으로는 충분히 풍요롭다. 그래서 지금까지 얼마를 모았더라? 남편이 알아서 관리하는데 나까지 머리 복잡하게 외울 필요는 없다. 에너지를 그렇게 낭비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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