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모임 참여자의 개인전지난 11월에 열린 개인전, 벌써 10번째라고 한다.
김미라
모임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딴짓을 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공부는 잠시 접어두고 조촐한 송년 파티를 열기로 한 것이다. 아이 어린이집에 보낼 생일선물 포장조차 귀찮아하는 슈퍼 귀차니스트로서 큰 결심을 했다. 사람들이 싫어하면 어떨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다. 한 해의 마지막 모임에 일 년을 돌아보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 한다.
예전에 읽었지만 언제 읽었는지조차 가물거리는 책들이 있다. 언젠가 그런 책들의 쓸모에 대해 따져 본 적이 있다. 좋은 책과 나쁜 책을 떠나 지금의 기억에 존재하지 않는 책들. 어떤 의미가 있을까 떠올려보다 문득 없어진 게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고 때때로 멈춰 생각하며 나의 세계를 확장해 간 그 찰나는 내 안 어딘가에 남아 있을 거라고. 그런 순간이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는데 보탬이 되었을 거라 생각했다.
관계도 마찬가지 아닐까. 잊히고 스쳐 지나간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짧은 만남의 순간에 그들과 나눈 교감으로 나는 조금 더 내가 바라고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고 믿는다. 최소한 그 관계가 파국으로 끝나지 않았다면 말이다. 아니, 설령 나를 망가뜨렸던 관계라 할지라도 돌아보면 배우는 게 있었다.
점점 쇠퇴해가는 모임의 부흥과 융성을 위해 일부러 친밀한 관계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언제까지 모임을 이어갈지 모르지만(사실 망하기 직전이다) 그저 지금 내가 마주한 이들과 삶을 나누는 이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싶다.
마르틴 부버가 그의 책 <나와 너>에서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나'와 '그것'이 아닌, '나'와 '너'의 만남으로, 더불어 함께 가는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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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기 직전인 그림책 모임, 배우는 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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