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밤, 단식 8일차인 유성욱(58)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본부장을 국회 앞 농성장에서 만났다.
김성욱
지난 2020년, 택배 노동자 16명이 줄줄이 과로로 죽었다. 각종 심야·새벽배송으로 인한 하루 15시간 이상의 과노동, 택배사의 갑질로 하루 4시간 이상 무료로 해온 '까대기' 택배 분류 작업, 심지어 택배사로부터 산재 보험 제외 신청을 강요당하던 택배 노동자들의 현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코로나로 택배가 폭발적으로 늘고 비대면 사회가 앞당겨졌지만 노동 착취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것을 온 사회가 확인했다.
여론이 들끓자 정치권과 택배사들은 그 해 12월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를 만들었다. 이후 2021년 6월 노사가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 택배사 측은 택배 기사들의 택배 분류작업을 없애고 노동 시간을 하루 12시간, 주 60시간 아래로 줄이겠다는 등 처우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6개월이 지나도록 분류 작업을 없애 노동 시간을 축소하려는 회사의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2021년 12월 28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가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원청인 CJ대한통운은 하청 업체인 대리점과 계약돼있을 뿐 자신들과는 근로계약관계가 없다며 택배 노동자들을 만나주지 않았다.
해가 넘어가도 똑같았다. 2022년 2월 10일, 택배 노동자들은 대화를 요구하며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했다. 파업은 2022년 3월 2일 노사 합의가 맺어지기까지 장장 65일간 이어졌다.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한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건 수십억 손배였다. CJ대한통운은 최근 유성욱(58)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본부장을 비롯한 조합원 88명에게 총 2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유성욱 본부장은 지난 11월 30일 국회 앞에서 다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택배 기사들처럼 특고,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도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하고,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배·가압류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유 본부장은 올해만 벌써 세 번째 단식이다. 그는 앞서 지난 2월 파업 때 10일간 단식했다. 지난 8월엔 파업 이후 노사 합의에도 불구하고 고용 승계가 되지 않아 해고 상태에 있던 조합원의 복직을 위해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나흘간 단식했다. 현재 국회 앞에는 유 본부장 외에도 유최안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강인석 부지회장, 이김춘택 사무장 등 470억 손배를 당한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 그리고 박은희 민주노총 부위원장, 윤장혁 민주노총 금속노조위원장까지 6명이 9일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국회도, CJ대한통운도 왜 노동자엔 약속 안 지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