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맨체스터 위팅턴에 내걸린 마커스 래시퍼드의 벽화가 유로 2020 결승전 승부차기 실축으로 훼손되자 그를 지지하는 이들이 응원 메시지를 붙이고 있다.
플리커
저소득층 어린이에게 밥과 책을 주고자 한 래시퍼드의 활동은 큰 박수를 받았다. 2021년 윌리엄 왕세자로부터 영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대영제국훈장(Most Excellent Order of the British Empire)을 받았다. <타임>은 그를 차세대를 이끌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고 한 그라피티 작가는 래시퍼드 얼굴을 맨체스터 위팅턴의 거리에 벽화로 그렸다.
하지만 축구 선수로서 위기의 순간이 왔다. 2021년 여름 래시퍼드 어깨에 문제가 생겼으나 영국 대표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0에 참가하기 위해 치료를 미뤘다. 결승까지 올라가 이탈리아와 맞붙었지만 연장전에서 승부를 내지 못했다. 래시퍼드를 포함한 대표팀의 젊은 피들이 승부차기에 나섰지만 실패하면서 준우승에 그쳤다.
이후 인종차별 언어폭력이 이들에게 쏟아졌고 맨체스터의 래시퍼드 벽화는 훼손되었다. 아동 독서나 무료 급식 같은 사회 운동은 집어치우고 축구나 열심히 하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물론 래시퍼드를 보호하는 여론도 팽팽했다. 인종주의 공격과 벽화를 훼손시킨 것에 대해 분노한 시민들이 4만 파운드(6400만 원)를 벽화 수리 기금으로 마련해 전달했다. 래시퍼드는 자선 단체 페어쉐어에 기부했고 벽화의 원작자가 벽화를 다시 고쳤다.
래시퍼드는 이후 심리적 위축과 부상 후유증으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맨유에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가려졌고 2022년 3월 국가 간 친선 경기를 위한 대표팀 소집에서 제외되었다.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객관적' 판단이라고 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래시퍼드를 선발이 아닌 후반 교체 선수로 기용하고 있다. 하지만 짧은 출전 시간에도 래시퍼드는 세 골을 기록했고 감독은 "지난여름과는 완전히 다른 버전의 선수"라고 평했다.
오는 10일 월드컵 8강전에서 잉글랜드는 프랑스와 맞붙는다. 빵과 책으로 지난 2년간 저소득층 아동에게 큰 힘을 보탠 래시퍼드가 이번엔 공으로 환히 웃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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