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고 교지<중동 제9호>에 실린 박도의 <국화꽃 필 때면>
박도
1963년 고교 2학년 시절, 교내문예현상모집공고를 보고 하룻밤을 새우다시피 단편소설 <국화꽃 필 때면>이란 작품을 써서 공모한 바, 당선의 영예를 누렸다. 그때 평론가 곽종원 선생의 선후 평이다.
"박도의 <국화꽃 필 때면>은 문장이 간결하여 선명하고 장면 장면이 독자의 머릿속에 확실하게 떠오른다. (중략) 고등학교 학생 작품으로서 이만한 수준도 드물 것이다."
그때 나는 우쭐했다. 그리하여 상대나 법대로 진학하라는 아버지의 말씀은 끝내 듣지도 않은 채 국문학과로 진학했다.
하지만 그 이후는 좌절 연속으로 낙방의 세월을 보내다가 1994년 1월, 쉰의 나이로 <사람은 누군가를 그리며 산다>라는 제목의 장편소설로 문단 말석에 겨우 얼굴을 내민 늦깎이였다. 이후 오늘까지 40여 편의 책을 펴냈으나 거의 태작이다.
이즈음 나는 코로나19 후유증에, 저물어 가는 연말, 게다가 신체 각 기능의 빨간 신호등으로, 그저 소리 소문도 없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픈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한 번 떠나면 다시 올 수 없는 길, 어린 시절 고향의 금오산을 바라보며 키웠던 그 꿈을 다짐하면서 전력투구 집필해야겠다고 흐트러진 내 몸과 마음을 추슬러 본다.
그리하여 어느 깊은 밤, 마침내 그 작품을 탈고한 다음, 자만자족의 눈물을 흘리면서 영원히 깨어날 수 없는 긴 잠에 빠지고 싶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공유하기
나도 손흥민 선수처럼 눈물을 쏟은 뒤 눈을 감고 싶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