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과 동정의 시선을 동시에 받으며 시작된 경기
EBS 지식채널-e
관객의 조롱을 받으며 뛰어든 경기에서 경기 시작 몇 분만에 선수들의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했고, 후반전에는 교체 선수조차 없는 상황이라 7명이서 선전하게 된다. 그들이 할 수 있었던 방법은 오직 하나, 버티기. 버티고 또 버텼다.
홍덕영 골키퍼는 "슈팅 수 30개 이후에는 아예 세보지도 못했고, 특히 푸스카스의 슛은 정말 강해서 위잉 소리가 날 정도였으며, 맞으면 갈비뼈가 부러질 것 같았다"라고 회고했다. 경기 전 해외 언론이 예측한 건 20:0 이상의 헝가리 대승이었다. 대진표를 보니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한 골만 넣어 국민들을 기쁘게 하자는 김용식 감독의 말이 무색하게 대표팀은 경기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1차전 헝가리와의 경기, 2차전 터키와의 경기에서 전쟁 직후 처음 참여한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 대표 선수들의 마지막 대회는 월드컵 사상 최다 득점차로 패배한 기록을 남겼으나 경기를 본 그 누구도 대표팀을 조롱하거나 비웃지 않았다.
"전쟁이 끝난 지 1년도 안 된 나라입니다. 그들은 엄청난 투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모든 분들께서 이들에게 응원을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당시 경기 중계 해설진
그들이 세운 기록은 아시아 최초의 월드컵 16개국 본선 진출국이자 월드컵 사상 최다 득점 차 패배라는 기록을 남기며 끝났다. 하지만 그들이 뿜어낸 열정에 감동한 다른 국가 축구 대표선수들은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숙소에 점퍼, 청바지, 소시지, 통조림, 현금, 손목시계 등 자신의 물건들을 쌓아놓으며 그들의 투지에 경외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