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런 온> 갈무리 사진.
JTBC
2020년부터 다음 해까지 방영된 우리나라 드라마 <런 온>에 '무성애자', '무로맨틱'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근데 그때 분명 무성애자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아, 무로맨틱은 아니에요. 스펙트럼이 워낙 넓으니까." 몇 마디 대사에 대중들은 술렁였다. 무성애자라거나 무로맨틱이라는 말도 생소한데, 무성애자가 연애를 한다는 것도 상식으로 이해하기에 버겁다.
이런 성 정체성이나 소수자 문제에 이미 익숙한 혹자는 <런 온>의 장면이 '무성애자를 납작하게만 다뤘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절대 다수의 시청자는 무성애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조차 없는 상황이다. <런 온>에 단편적으로 등장한 몇몇 무성애 코드에 이리도 수많은 말이 얹어졌다는 것은 우리 미디어에서의 무성애 재현과 가시화 정도가 얼마나 처참한지를 방증한다.
A씨는 "사랑에는 많은 종류가 있고, 우리가 더 풍부한 감정을 나누고 있다는 걸 모두가 느꼈으면 좋겠다"며 그렇기에 가시화의 목소리를 멈출 수 없다고 전했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박진규 교수는 그의 책 <청춘, 대중문화로 말하다>에서 다양성에 대한 비유를 이렇게 적었다.
"다양성이 그저 커피를 고르는 것을 넘어 커피를 싫어하는 사람의 권리까지 포괄하는 다양성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커피를 거부하고 다른 음료수, 즉 보리차, 홍차, 인삼차, 생수 가운데 자신에게 잘 맞고 진짜 마시고 싶은 걸 허용하는 다양성이 필요하다."
사랑이 모두에게 똑같은 모양새일 수는 없다. 커피를 아메리카노로 통일해서 마시는 것보다는 카페라테, 바닐라라테, 콜드브루 중에 골라서 마시는 사회가 나을 테다. 그리고 그보다 더 나은 것은 커피 말고 그냥 따듯한 차를 마시고 싶은 사람, 커피 자체를 마시고 싶지 않은 사람까지 신경 써주는 사회일 테다. 커피를 마시고 싶지 않다는 사람에게 굳이 '왜 이 좋은 걸 먹지 않냐'고 말할 필요는 없다. 납득도 이해도 아니라, 그냥 그런 일도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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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감정 없지만 가족이 된 남녀... 그게 뭐 어때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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